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태 당 대표 비서실장·장 대표·김장겸 의원. 임현동 기자
6·3 지방선거까지 39일. 국민의힘은 하루하루 더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가운데 장동혁 대표가 있다.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요구에 책임지고 머물겠다고 맞서고 있다. 둘 다 책임을 말하지만 둘의 간격은 아득하다.
장 대표는 24일에도 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마이웨이’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이 좋지 않다고 대표에서 물러나는 건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며 “그런 정치는 장동혁의 정치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를 40일 앞둔 시점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표로서 책임을 진정 다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여러 고민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마저도 사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우려한 듯 오후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당 지지율 하락 이유를 “내부의 여러 갈등으로 힘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지도부 책임론보다는 당 내부 갈등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당 내부에선 탄식이 흘러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렇게 일관되게 주장해야 선거 패배 책임을 자신에게 동조하지 않은 내홍 탓으로 미룰 수도 있고, 자신의 행보에 대한 명분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0∼22일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5%였다. 이는 2020년 9월 국민의힘으로 당명이 바뀐 뒤 최저치다. 한국갤럽이 21~23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선 전화면접 조사에서도 20%에 그쳤다. 중도층에선 10%대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장 대표는 8박10일(11~20일)간의 방미 등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비판도 수용하지 않았다. 방미 기간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며 사진을 공개했지만 차관보가 아니라 차관 비서실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실무상 착오가 있었다”고 했다. 당이 취재진에 공개한 방미 사진 폴더에서 ‘차관보급’이 아니라 ‘차관보’로 적혀 있던 건 실수라는 주장이다. 그는 “(방미 기간)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들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제1야당 대표에게 맞는 급의 인사들을 만났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기보다, 다시 비판 세력을 쳐내는 ‘뺄셈 정치’에 돌입한 데 대한 우려가 흘러나온다. 장 대표는 방미 논란이 식기도 전에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지금부터 발생하는 해당 행위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후보자라면 즉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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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마이웨이’에…오세훈 “활동 반경 줄여야 선거 도움”
장 대표가 지칭한 ‘해당 행위’는 한동훈 전 대표가 출마한 부산 북갑 무공천 및 단일화 주장이라는 게 당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장 대표 발언 다음 날인 24일 서울 광역·기초의원 등 20여 명은 이날 장 대표 비난 등을 이유로 친한동훈계인 배현진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당장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들 사이에선 “계엄보다 장 대표가 더한 악재”라는 반응이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과거의 문법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행보”라며 “2018년 지방선거 때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도 인기가 없었지만 대표로서의 위엄과 권위는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장 대표로선 본인이 단식할 때는 오히려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절윤 선언을 했을 땐 지지율이 내려간 만큼 자기 방식이 맞는다는 확신 등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장 대표가 책임감을 느끼고 활동 반경을 줄여주는 게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장 대표의 자숙이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오지 않았는가 싶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같은 날 BBS 라디오에서 “지도부가 자기 성찰적인 자세로 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선거를 집중적으로 치르라는 방침을 빨리 결정해달라”고 했다.
출마자들은 장 대표와 거리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오세훈 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녹색 옷을 입은 게 그 예다.
당 일각에선 장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선 후보들이 막판 추격 끝에 민주당에 승리를 거둘 경우 장 대표 체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장 대표가 있는 듯 없는 듯 선대위만 발전시키고 뒤로 빠져버리면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쁠 것 같지도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장 대표 체제가 오래 갈까봐 국민의힘을 찍기 싫다는 유권자도 많다”는 전언도 있다. 당 지지율 하락이 지속되고 주요 격전지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면 결국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총선 모드로 들어가는데 TK, PK 지역까지 다 질 경우 ‘이거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을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 그 의원들이 당을 떠나거나 해서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여당 내에선 작은 가능성이라도 선거 전 장 대표의 사퇴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만에 하나 장 대표 사퇴로 보수가 결집할 경우, 서울·부산·대구 등 격전지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 대표가 사퇴한다면 장동혁 심판론을 꺼내 들 수 없다”고 했고,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버티면 생큐”라며 “사퇴한다면 보수 결집이 가속화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지방선거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장 대표가 사퇴하면 PK 등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장 대표 본인이 사퇴하는 게 당에 변화를 주는 모멘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