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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8년간 썼는데 “법리오해 쓰지말자”…법조계 이런 말, 왜

중앙일보

2026.04.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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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법원에서 하급심 판결을 깨면서 쓰던 ‘법리 오해’란 표현을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내부 의견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80년 가까이 쓰이던 ‘법리 오해’란 용어가 자칫 법관을 법왜곡죄로 수사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법왜곡죄 도입 후 법원행정처에서 구성한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 상소(항소 및 상고) 이유 중 하나인 ‘법리 오해’ 표현을 보다 완화된 표현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법리 오해’란 말이 마치 ‘법 왜곡’의 유의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1948년부터 쓴 표현…‘법리 오해’가 ‘오해’ 살라

‘법리 오해’란 재판부가 법령을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심리 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과 함께 대표적인 상소 이유 중 하나다. 상급심이 하급심을 법리적 이유로 파기할 경우 통상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적시한다.

미군정 시기인 1948년 8월 소작료 지급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에도 “원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의 판결로 사료함”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법리 오해’는 오래된 표현 관행이다.

형사재판 지원 TF에서 “대체 용어를 찾자”는 목소리가 나온 건 이 문구가 법왜곡죄 고소·고발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법리 오해’는 법령에 근거한 표현은 아니다. 1963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상 항소·상고 이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 법령에 대한 판례가 쌓이면서 실무상으로는 법리 오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의 위법 등의 용어가 굳어졌다.




“판결문 표현은 각 재판부가 판단”

‘법왜곡죄’를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왜곡죄’를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다만 이런 논의가 실제 표현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여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오갔을 수 있지만, 판결문은 각 재판부의 결정 사항인 만큼 실무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판결문에서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는 각 재판부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의미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에서 오랜 관행으로 ‘법리 오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 TF에서 이를 건의해서 대법원에서 받아들인다면 표현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왜곡죄는 목적범이기 때문에 판결을 이유로 법왜곡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판결문상 ‘원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는 등의 표현도 법왜곡죄 고소·고발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판결문 표현까지 논의 대상이 되는 건 법왜곡죄에 따른 재판부 위축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법왜곡죄 도입 한 달간 104건의 법왜곡죄 고소·고발 건이 접수됐고, 수사 대상자 중 법관이 75명이었다.

형사재판 지원 TF는 직무소송 지원센터 설립을 목표로 2주에 한 번씩 만나 부당한 고소·고발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진행 단계별 매뉴얼 제작, 타 기관과의 협력, 법왜곡죄의 실체법적 해석기준, 해외 사례, 악성 고소인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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