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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관두고 주부 된 아빠…“육아하다 뚝딱” 1등 대박 앱 만든 비결

중앙일보

2026.04.27 13:00 2026.04.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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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의사 김솔씨가 개발한 육아 기록 앱 'Pieceful'. 이 앱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유료 앱 부문 1위에 올랐다. 사진 앱스토어 캡처

전직 의사 김솔씨가 개발한 육아 기록 앱 'Pieceful'. 이 앱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유료 앱 부문 1위에 올랐다. 사진 앱스토어 캡처

전업주부 김솔(35·남)씨는 최근 외과 전문의를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면서 필요한 육아 앱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김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바이브 코딩을 독학했다. 바이브(Vibe) 코딩이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자연어로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컴퓨터 언어를 몰라도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김씨가 처음 만든 웹페이지는 ‘어린이 해열제 계산기’ 사이트다. 체중과 나이를 입력하면 해열제별로 적정 용량을 계산해주는 웹페이지다. 그는 “아이가 커가면서 체중이 빠르게 늘어, 열이 날 때마다 필요한 해열제 종류와 용량을 매번 알아보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김씨는 전문의로서 갖고 있던 의학 지식을 활용해 지난해 11월 하루 만에 사이트를 만들었다.

김솔씨가 26일 놀이공원에서 4세 딸 윤슬양과 함께 찍은 사진. 김씨는 지난해 4월 의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사진 김솔씨 제공

김솔씨가 26일 놀이공원에서 4세 딸 윤슬양과 함께 찍은 사진. 김씨는 지난해 4월 의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사진 김솔씨 제공

한 달 뒤엔 육아 기록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선보였다. 김씨는 “4살 아이가 말이 확 늘던 시기, 자기 전 육아일기를 쓰려고 하면 낮에 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이 안 나더라”며 “아이가 하는 말을 바로 적어둘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잠금화면에서 3초 만에 아이의 말과 행동을 기록할 수 있는 앱을 떠올렸다. 김씨가 바이브 코딩으로 앱을 만들기까지 걸린 기간은 보름 남짓. 이렇게 탄생한 ‘Pieceful’은 지난 1월과 2월 애플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유료 앱 부문에서 판매액 기준 1위에 올랐다.

김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을 때와 자는 시간을 활용해 하루 5~6시간을 바이브 코딩에 쓰고 있다. ‘내가 직접 쓸 만한 육아 앱을 만들자’는 것이 김씨의 신념이다. 그는 “출시한 앱들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AI 기술 발달로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도 프로그램 개발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취미나 부업으로 코딩을 즐기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 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공자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줄어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인문대생도 1시간 만에 웹사이트 뚝딱
서울대 인문계열 재학생 정유진씨는 지난달 바이브 코딩을 배워 성향 테스트 '말랑이별 MBTI' 사이트를 만들었다. 정씨는 1시간 만에 사이트를 완성했다고 했다. 사진 웹사이트 캡처

서울대 인문계열 재학생 정유진씨는 지난달 바이브 코딩을 배워 성향 테스트 '말랑이별 MBTI' 사이트를 만들었다. 정씨는 1시간 만에 사이트를 완성했다고 했다. 사진 웹사이트 캡처

대학에서는 바이브 코딩 동아리에 이공계 이외 전공생들이 모이고 있다. 서울대 바이브 코딩 동아리 ‘DWNC’ 운영자에 따르면 부원 29명 중 인문·예체능·상경계열 학생이 18명에 달한다. 인문학 전공생도 동아리에서 바이브 코딩을 익혀 1~2시간 만에 웹사이트를 완성한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DWNC에서 바이브 코딩을 배우는 서울대 학부생 정유진씨는 “인문대생이라도 코딩 능력을 갖추면 취업 때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 동아리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바이브 코딩 기초를 배우고 1시간 만에 ‘말랑이별 MBTI’라는 성격 유형 테스트를 웹페이지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보였다.

학생이나 직장인 대상 바이브 코딩 강의도 인기다. AI 영상 제작 사업을 하는 박도현 스톡데일랩스 대표는 지난 3월 직장인 대상 바이브 코딩 강의를 두 차례 진행했는데, 수강생이 모두 비전공자였다고 한다. 그는 “너도나도 코딩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뒤처지면 안 된단 생각에 바이브 코딩을 배우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공자들은 고용 절벽 체감
BOJ 운영자 최백준 대표가 15일 BOJ 사이트에 올린 서비스 종료 공지문. BOJ는 오는 28일을 끝으로 16년만에 서비스를 마친다. 사진 BOJ 웹사이트 캡처

BOJ 운영자 최백준 대표가 15일 BOJ 사이트에 올린 서비스 종료 공지문. BOJ는 오는 28일을 끝으로 16년만에 서비스를 마친다. 사진 BOJ 웹사이트 캡처

일반인이 앱이나 프로그램을 만들기 쉬워지자 IT 업계에선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공 지식에 대한 수요가 줄었단 분석이 나온다. 프로그래밍 문제 풀이 사이트 ‘BOJ(Baekjoon Online Judge)’는 오는 28일 16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등록된 문제가 3만4000여건, 지원 언어가 73개에 달해 프로그래밍 학습자 사이 교과서 같은 사이트로 여겨졌던 BOJ가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단 소식에 AI가 발전하며 코드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가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반면 AI가 발전하더라도 코딩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여전히 중요하단 의견도 있다. IT 기업에서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이모(43)씨는 “아직 AI에게 코딩을 온전히 맡길 순 없다”며 “AI가 코드를 짜더라도 반드시 프로그래밍 전문가가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IT 업계에선 개발자 구인과 채용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자 취업자 수 및 직무 변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구인·채용은 2022년에 비해 각각 9000명, 1만6000명 줄었다. 취업 문턱을 넘은 이들 사이에서도 안심할 수 없단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1월 IT 업체에 입사한 개발자 최재영씨는 “중학생 대상 강의를 해보니 몇 시간 만에 그럴듯한 웹페이지를 만들더라”며 “ChatGPT 등 생성형 AI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치킨집을 차려야 하냐’며 동료들과 자조한다”고 했다.

기업의 개발자 고용이 얼어붙자 전문가들은 회사 업무와 별개로 혼자 앱이나 웹사이트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8년 차 개발자 이모씨는 IT 기업에 다니면서 퇴근 후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기획부터 구현까지 모두 홀로 진행한다. 이씨는 “갈수록 개발자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며 “이 업계에선 회사 일과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게 필수적이라 느껴 시간을 내 나만의 작업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규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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