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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 속도전 李정부…“산재·체불 잡았지만, 고용·유연성은 실종”

중앙일보

2026.04.30 00:42 2026.04.3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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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일은 ‘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이다. 63년 만에 명칭이 바뀌었고, 공휴일로 지정됐다. 소년공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은 출범 이후 노동절 지정뿐 아니라 여러 노동정책 과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노동절을 앞두고 노동 전문가 8인과 함께 이재명 정부가 지난 11개월간 펼친 노동정책을 평가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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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내세운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고용노동부 주관 과제는 6개다. 30일 중앙일보가 점검한 결과 이 6개 과제에 포함된 26개 세부 목표 중 13개는 이미 완료됐거나 추진 중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임금체불 법정형 상향, 산업재해와의 전쟁,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퇴직연금 의무화 등 굵직한 노동 현안이 임기 초반부터 추진됐다. 정부가 노동정책 추진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전문가 8인이 공통적으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 과제는 ‘산재’와 ‘임금체불’이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와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역대 정부도 산재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지만, 대통령이 이를 지속적으로 사회적 의제로 환기해 분위기를 바꾼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임금체불 등 노동 약자에 대한 보호망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주요 성과”라고 짚었다. 정책 효과도 일부 있었다. 2025년 산재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던 임금체불액도 올해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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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과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근로시간 단축과 퇴직연금 의무화 등 일부 의제를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틀 안에서 추진한 점도 큰 성과로 꼽았다.

반면 아쉬운 점으로는 다수의 전문가가 ‘고용 확대 정책의 실종’을 지적했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장은 “청년 뉴딜 정책도 대다수가 기존 정책의 대상 인원만 늘린 수준”이라며 “인공지능(AI)이란 거대한 변화 앞에서 고용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난 1년간의 노동정책은 현재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크다”며 “정작 미래 노동자에 대한 고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동정책이 빠르게 추진된 데 비해 AI 시대의 구직자와 실업자 지원, 직업역량 강화를 위한 고용정책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연 안정성’이라는 화두를 던졌지만, 그동안의 정책은 ‘안정성’에 치우쳤고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정성을 높이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어려운 것은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정년연장과 기간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호 성공회대 연구교수도 “한국형 유연 안정성 논의는 지금 시작해야 한다”며 “경기가 괜찮고 주가가 좋은 호황기에 논의를 시작해야지, 불황기가 되면 얘기를 꺼내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윤동열 교수도 “노동을 보호하는 정부는 시작됐지만, 이제 노동을 통해 성장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 추진 속도는 빠르지만, ‘디테일’과 ‘정책 전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속도전에 치우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조법 개정을 면밀하고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은 채 서둘러 법 개정을 단행한 점은 아쉽다”며 “법의 모호성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 분쟁 우려를 고려하면 조속한 보완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정년연장,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근로자추정제 등 파급력이 큰 국정과제가 대기 중이다. 지방선거 이후 관련 법안이 빠르게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개혁 과제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현장의 수용성과 기업의 적응 비용을 고려한 단계적·차별화된 설계가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속도보다 ‘계단식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이나 일터기본법 패키지는 한국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면서도 “‘을들의 전쟁’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나서고 단계적 도입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도움 주신 분들 (가나다순)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호 성공회대 미래지식연구원 연구교수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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