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에게 그림을 전달하고 국회의원 공천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전 검사가 공천 청탁을 명목으로 김 여사에게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림에 대해서도 진품이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박정제)는 8일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4139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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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핵심 증인 진술 신빙성 인정
항소심 재판부는 그림 중개인 강모씨의 증언 신빙성을 인정했다. 강씨는 1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검사가 “취향 높으신 분”, “여사”란 표현을 쓰며 그림 중개를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또 김 전 검사로부터 “김 여사가 그림 선물을 받고 엄청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1심 재판부는 강씨가 그림 중개 경위에 대해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을 들어 진술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김 전 검사가 그림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검사 특유의 경상도 억양과 묘사까지 포함돼 있는 등 진술이 구체적”이라며 “강씨의 진술 번복 경위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입구. 사진공동취재단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그림을 구매해서 김 여사에게 줬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그림은 김 여사에게 제공됐다가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자 다른 물품과 함께 (김 여사 오빠인) 김진우씨를 거쳐 (김씨의) 장모 집으로 간 걸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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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그림 진품, 1억 4000만원 가액
재판부는 김 전 검사가 전달한 그림이 진품이고, 가액은 1억 4000만원이라고 봤다. 김 전 검사 측은 항소심 공판에서 그림이 위작이라 가치가 없어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림의 진품 여부를 두고 한국미술감정연구센터는 진품으로, 한국화랑협회는 위작으로 감정 결과를 내놓으며 엇갈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국미술감정연구센터의 감정이 더 신빙성 있다고 봤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 장모댁에서 발견된 이우환 화백의 서명이 담긴 '점으로부터 no.800298'. 에테리얼 경매장 홈페이지 캡처
2024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김 전 검사가 사업가 김모씨에게 선거용 차량 대여비 등 명목으로 4139만원을 불법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유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김 전 검사가 김씨에게 3500만원을 반환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며 원심 양형은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1심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직 부장검사 신분임에도 대통령의 인사 및 여당 선거 공천 직무와 관련해 대통령 배우자에게 고가의 미술품을 제공했다”며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배우자를 통해 직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며 “가액이 크고 죄질이 중해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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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재판에 영향 미치나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8일 오후 3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선고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 서울고법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유죄는 김 여사의 남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는 김 전 검사로부터 이우환 화백 그림을 비롯해 명품 귀금속 등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순표)는 오는 15일 김 여사의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26일 선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