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도 인정한 ‘다주택자 양면성’…현 정부는 전면 부정하며 규제 강화
최근 전세 시장을 둘러싼 규제 환경은 지난 문재인 정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현 정부가 꺼내 든 부동산 규제 수단은 상당 부분 과거에도 있던 것이지만, 그 범위와 강도가 훨씬 넓고 강해졌다. 무엇보다 실거주가 아닌 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전·월세 물량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등 4개 동(14.4㎢)만 토허제 대상이었다. 반면에 현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남부 12곳을 한꺼번에 토허제로 묶었다. 토허제 대상 구역의 면적(1106.2㎢)은 6년 전의 77배로 확대됐다. 토허제로 묶인 곳에서 아파트를 사면 2년 이상 실거주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전·월세가 불가능하다.
1주택자에 대해서도 실거주와 비거주의 차별이 심해졌다. 원래 1주택자에 적용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에선 거주 요건을 별도로 요구하진 않았다. 제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기 ‘거주’가 아닌 장기 ‘보유’에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절반을 넘긴 시점인 2019년 12월에서야 장특공에 손을 댔다. 장기 보유와 거주에 각각 절반(40%)씩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현 정부에선 1주택자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소유한 집을 전·월세로 내놓고 다른 집에 전·월세를 사는 경우에도 투기 목적이 아닌지 의심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장특공을 ‘폐지’하지는 않되 ‘실거주’ 요건은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결과적으로 비거주 1주택자에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를 선택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른바 ‘다주택자 악마화’도 차원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면서도 전·월세 공급자라는 순기능을 아예 부정하진 않았다. 나중에 정책 방향을 수정했지만, 집권 초기에는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전·월세 인상폭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세금 혜택을 주기도 했다. 당시 부동산 정책의 총괄 사령탑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책(『부동산과 정치』)에서 ‘다주택자의 두 얼굴(양면성)’을 지적하며 “모두가 내 집에 살 수는 없다. 민간에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다르게 부르면 다주택자”라고도 했다.
현 정부에선 심지어 부동산 정책 관련 서류를 복사하는 직원까지 다주택자는 철저히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임대주택 공급자로서 다주택자의 순기능이나 양면성을 말하는 정책 당국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