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화재 원인이 미상의 발사체에 의한 외부 타격으로 파악되면서 사태 수습의 바통이 해양수산부에서 외교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공격의 주체는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이란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지난 10일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한 건 외교부였다. 이날 오후 2시30분쯤만 해도 청와대가 “관계기관 검토 및 평가를 거쳐 (나무호 조사 결과를) 답변드리겠다”는 입장문을 냈지만, 오후 6시쯤 돌연 외교부가 브리핑하겠다는 뜻을 언론에 전했다.
같은 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청사로 불러 사고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급을 1차관으로 높여 이란 대사를 불러들인 건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외교적 신호다.
사고 이튿날인 5일 청와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한 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었는데, 11일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브리핑에 나선 배경도 주목된다. 정부가 해당 사안을 해상 재난 대응 차원에서 접근하다 이제 외교적 뇌관으로 다루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서다. 5일 강 실장 주재 회의 뒤 청와대는 조사 결과에 따른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위 실장은 “(공격 주체 특정) 판단이 서는 대로 그에 맞는 적절한 수위의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라인으로 컨트롤타워가 이동하며 정부의 대(對)이란 외교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우선 타격의 주체를 파악하고, 의도성 등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분석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거한 비행체 잔해와 선박 훼손 부위를 국내로 이송해 정밀 감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조사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최대 관건은 한국 선박을 의도적으로 표적 삼았는지 등 고의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채널A가 보도한 나무호 피격 당시 긴급 무전에 따르면 나무호를 포함한 주변 배들은 “HMM 나무호 기관실이 공격 당하고 있다” “폭발음이 2번 들렸는데 (우리 배에) 구멍 난 건 안 보이나요?” 등의 긴급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는 사고 초기 대응 단계에서 외부 공격 가능성을 낮게 봤던 정부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
이란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정부는 이를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국적선 26척의 귀환을 위한 외교적 지렛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 참여 등 호르무즈해협 안정화를 위한 군사적 지원을 검토할 명분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