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철 KDI 거시ㆍ금융정책연구부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3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2.5%로 대폭 상향했다. 반도체 호황과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1.7% 깜짝 성장에 이어 경기 개선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은 1.7%로 전망하며 “2년 연속 잠재성장률(1.5%)을 웃돌 것”이라고 했다.
성장률 반등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반도체다. KDI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높은 수요가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이 올해 4.6%, 내년 2.2% 증가하면서 경상수지도 올해 2400억 달러, 내년 2100억 달러 규모의 큰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것은 중동전쟁의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는 판단"이라며 "0.6%포인트 중에서 반도체의 기여도는 0.3%포인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전쟁은 0.5%포인트 정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추가경정예산은 0.2%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민간소비도 소득 개선ㆍ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 2.2% 1.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 수는 올해와 내년 각각 17만명 증가하며 완만한 고용 개선세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하반기 1.8%에서 올해 2월 1.9%로 소폭 높였다. 상반기 공식 전망에서는 이를 0.6%포인트 더 상향한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이 전망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지난달 말 기준 2.4%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중동발 고물가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7%로 크게 높였다. 올해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 기준)가 중동 전쟁으로 2025년(배럴당 69달러)보다 높은 91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국제 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KDI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6%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등 물가 안정 대책의 영향으로 2.7%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내년에는 국제 유가가 82달러로 하락하면서 물가도 2.2% 정도로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식료품ㆍ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올해와 내년 2.5%, 2.3% 상승하면서 소비를 위축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목표 물가인 2%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도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면서 금리 인하 전망이 뒤로 밀리는 추세다. KDI는 “경기 개선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은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 있다”고 제언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확장재정 기조가 물가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 부장은 2차 추경안 편성 필요성에 대해 ”전망대로 간다면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잠재성장률 제고와 소득 취약계층 지원을 중심으로 지출 효율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