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연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에 방문, 포즈를 취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가 한창인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과거 대표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을 얻으려는 통상의 선거 전략 대신 강성 지지층에 방점을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선거 직후 펼쳐질 당권 경쟁을 노린 사전 포석”(3선 의원)이란 반응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13일 현재까지 전국 87곳을 순회했다. 최근 들어선 이틀에 한 번 꼴로 여의도 밖 일정을 소화한 광폭 행보다. 정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최대 험지인 경북지사 선거 지원을 위해 울릉도로 이동했고, 15일엔 제주도를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과거 대표들이 격전지 위주로 지원을 했다면, 정 대표는 전국을 구석구석 훑고 있다”며 “단순 선거 지원을 넘어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밑작업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0일 충남 대천항수산시장에서 꽃게를 들어올리고 있다. 뉴스1
당내에선 정 대표의 최근 메시지도 차기 당권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 강하다. 정 대표는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표 기간 동안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했지만 가장 효능감을 느낀 건 ‘1인 1표제’ 당원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최대 20배 차이가 나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만든 게 1인 1표제의 핵심이다. 선출직 등 간부급 당원으로 구성되는 대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리당원 지지세가 강한 정 대표로선 차기 당권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든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선 “계엄에 성공했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꽃게 밥이 되지 않았을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해산론을 주장하는 강성 당원들에 어필하기 위해 내란 심판론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1일 울산시 남구 울산시당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울산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0일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 계정을 개설한 뒤 연일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스레드는 강성 보수 성향의 2030세대가 모여들어 ‘보수의 성지’로 불린다. 장 대표는 11일엔 정부의 고유가 지원금을 겨냥해 “선거 매표의 달인”이라고 했고, 12일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에 대해 “이재명이 이재명했다”고 적었다. 장 대표가 새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를 리트윗하고, 지지자들은 적게는 수백건, 많게는 4000건 이상씩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9일엔 엑스(X·옛 트위터) 계정도 만든 뒤 매일 1~2건씩 영문 게시물을 빼놓지 않고 올리고 있다. 13일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국내 선박 피격 사태에 대한 정부 비판 글을 올렸다. 특히 장 대표가 팔로잉한 인사 10명 대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 등 미국 유력 정치인들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미국 내 보수 지지층에서 장 대표 계정을 많이 팔로우했다”며 “방미 이후 동맹국에 장 대표가 보수 정당의 리더임을 부각하는 전략적 측면에서 X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30일 국회 중앙 잔디광장에서 열린 불기2570년 국회정각회 봉축 점등식에 자리해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는 ‘영남 올인’ 전략도 펴고 있다. 지난 10~12일 부산·대구·울산·경북에서 선거 지원에 나서며 진성 당원이 밀집한 영남을 공략한 것이다. 영남 중진 의원은 “장 대표 임기는 내년 8월까지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사퇴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며 “결국 영남권 승리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당권을 사수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했다.
여야 대표의 이런 행보에 내부의 비판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전북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김관영 지사에게 우리 당 이원택 후보가 지지도가 밀리는 등 텃밭까지 잃을 위기”라며 “정 대표가 수습해야 할 게 산더미인데, 본인 정치를 위한 곳만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끝까지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행보에 나서면서 우리 당 후보들이 적보다 아군의 총알에 쓰러질까 두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