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취재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다. 동남아 여행이나 국내 가족 여행 계획을 잡아뒀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나왔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을 두고 “사실상 연차 소진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총파업을 예고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오는 21일 파업 돌입을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최소 5만 명의 조합원이 동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총파업 관련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내부 조직 결속 강화에도 나섰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노조 지도부의 강경 기류와 다소 온도차가 있다. 노조는 총파업 참여 확대와 조직 결속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정도로 참여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실제 현장 참여율이 10% 안팎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장기 파업에 대한 부담감도 감지된다. “괜히 인사평가에 영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대부분 사업부가 24시간 상시 운영 체계다. 시장과 고객사들이 주목하는 것도 ‘총파업 선언’ 자체가 아니라 실제 생산 차질 여부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일부 인력 공백만으로도 긴장감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대체 인력 운영 체계를 갖춘 기업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주주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삼성전자 파업을 단순한 임금협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한복판에 서 있는 만큼, 노사 갈등 장기화가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는 물론이고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공개적으로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우려를 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그래서 파업 현장의 ‘현실적 계산’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파업은 원칙적으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만, 연차휴가를 사용하면 급여 변동없이 쉴 수 있다. “어차피 연차 쓸 거면 파업 기간에 맞춰 해외여행 가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파업의 본모습은 노조가 내세운 참가자 숫자가 아니라, 실제 생산 차질 여부에서 드러날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구호는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이지만, 정작 현장에서 먼저 들리는 건 파업 결의보다 여행 일정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