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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낮으면 저소득자?…고소득자가 더 많았다

중앙일보

2026.05.13 13:00 2026.05.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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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이 13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잔인한 금융’을 화두로 던지면서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포용금융을 제도적으로 강제할 방법을 마련하라”며 힘을 실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저신용자=금융약자’라는 단순 도식이 실제 금융 구조와는 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복되는 이자 감면, 채무 조정과 탕감이 재연체 위험과 금융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중앙일보가 13일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2025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하위 20%) 평균 실효금리(금융부채 대비 연간 이자 지급액)는 3.80%, 5분위(상위 20%)는 3.95%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평균 금리가 오히려 고소득층보다 낮았다. 평균 기준으로는 소득별 금리 격차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고금리 구간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실효금리가 연 10%를 넘는 고금리 차주 비중은 소득 1분위에서 12.9%로, 5분위(5.0%)의 2.6배였다. 다만 가구 수로는 차상위·중위층에 많았다. 연 10% 초과 고금리 차주 88만3000가구 가운데 2분위가 24만6000가구(27.9%), 3분위가 23만3000가구(26.4%)였다. 1분위는 13만6000가구(15.4%)에 그쳤다.

소득분위별 고금리 차주 비중

소득분위별 고금리 차주 비중

신용평가 체계 역시 소득 중심이 아니다. KCB 신용평가 모형은 대출·카드 이용형태(38%), 부채 수준(24%), 상환 이력(21%) 등을 핵심 변수로 활용한다. 실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664점 이하 저신용자 중 소득 상위 30% 가구원은 42만6000명으로, 소득 하위 30%(33만7000명)보다 많았다. 반대로 소득 하위 30% 가운데 신용점수 840점 이상 고신용자는 202만 명에 달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등급은 금융회사가 차주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한 체계”라며 “실제 연체율이나 상환 능력 변화에 따라 기준을 재검토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 논리로 인위 조정하면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포용금융의 핵심인 이자 감면과 채무조정·탕감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인용한 신용회복위원회 통계(2024년)에 따르면 개인워크아웃 실효율은 2020년 17.6%에서 2024년 5월 27.2%로 상승했다. 채무조정 이후 다시 장기 연체에 빠지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예금보험공사 ‘금융안정연구’에 실린 논문(2021년)도 “다중채무가 많고 소득이 낮을수록 채무조정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해 보고서 역시 “반복적인 채무조정이 도덕적 해이와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해야 할 역할을 금융회사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취약계층 지원은 원칙적으로 재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영역인데 이를 금융회사에 부담시키면 금융 시스템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저신용층 대출 확대 과정에서 금융기관 건전성이 흔들리며 발생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시장 가격 기능 왜곡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금리는 결국 차주의 리스크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인데 이를 정책적으로 왜곡하면 금융회사들이 손실 위험을 반영하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위험 차주를 더 회피하게 된다”며 “취약계층 지원은 정책금융이나 재정을 통해 보완하되 시장의 위험 가격 기능 자체는 훼손하지 않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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