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문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둥쥔(왼쪽 두번째) 중국 국방부장과 거수경례하고 있다. 트럼프 왼쪽에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이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호칭에서부터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회담의 호스트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먼저 “존경하는 트럼프 대통령 선생”을 호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쓰는 “친애하는 라오펑유(老朋友·옛친구)”와 달리 개인적 감정은 담지 않았다. 심리적 거리감을 담아 호칭을 선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두 차례 “위대한 지도자(great leader)”로 치켜세웠다.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개인적 관계가 좋다면서 “환상적인 관계(fantastic relationship)”를 말했다. 모두 발언을 생중계한 홍콩 피닉스TV는 이 때 시 주석의 미소를 클로즈업했다.
시 주석은 420자 모두 발언을 정교하게 구성했다. 먼저 “9년 만의 방문”, “세계가 주목하는 회담”이라며 회담의 역사적 무게를 강조했다. 이어 “‘투키디데스 함정’(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을 넘어설 수 있는가‘.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할 것인가”, “양국 국민의 복지와 인류의 운명을 위해 공동의 미래를 열 수 있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며 회담의 의제를 설정했다.
이어, “양국이 협력하면 이익이지만, 싸우면 모두 해롭다”며 관세전쟁을 겨냥한 압박을 전달했다. 또 “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 “과거를 잇고 미래를 연다”는 발언으로 기존의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대신할 새로운 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경제 문제를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미국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방중 수행단에 포함된 사실을 거론하며 “그들은 무역과 사업 협력을 고대하고 있다. 전적으로 상호주의적일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대미 투자 유치와 미국산 상품 판매,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등 경제적 실리를 우선시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시 주석이 혼란한 국제사회 속에서 중국이 G2로서 역할 강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목적이 철저히 ‘실리’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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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왼쪽에 ‘2인자’ 차이치…트럼프 왼편은 루비오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존경하는 대통령 선생”이라고 지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시 주석을 치켜세웠다. 로이터=연합뉴스
회담장에는 양국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핵심 정책 결정권자들이 총출동해 이런 회담의 중요성을 방증했다. 이란 전쟁과 대만 문제, 관세와 무역 갈등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양측 모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배석자 수도 부산 회담의 국가 당 6명에서 12명으로 늘었다. 2017년의 14명보다는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왼편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앉았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전략을 주도하는 인물이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 전쟁을 주도하며 안보 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백악관 내 실세로 꼽힌다.
오른편에는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배석했다.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대중 관세 및 무역 협상을 주도해온 인물들이다.
김경진 기자
중국 측 회담 배석자 12명은 시 주석의 내년 4연임 이후를 고려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오른쪽에 차이치(蔡奇) 중앙판공청 주임 겸 정치국 상무위원이 앉았다. 미국의 비밀경호국 격인 중앙경비국을 맡아 현직 및 퇴직 간부의 경호를 책임진다. 중국의 정보기구를 총괄하는 국가 안전위원회 책임자로 실질적인 이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카운터 파트로는 실권은 없는 둥쥔(董軍) 국방부장을 내세웠다. 2017년 4월 마러라고에 팡펑후이 연합참모장, 11월 베이징 회담에 참석한 리쭤청 연합참모장과 달랐다. 지난 1월 장유샤 군사위 부주석과 류전리 연합참모장을 숙청한 여파로 풀이된다. 미·중 군사 충돌을 막을 소통이나 핫라인 설치는 어렵다는 방증인 셈이다.
외교 계통에서는 6명이 배석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정치국원이 시 주석 왼쪽에 앉아 트럼프 양옆의 루비오 국무장관과 퍼듀 주미대사를 상대했다. 외교부 이인자인 마자오쉬(馬朝旭) 상무부부장(장관급), 셰펑(謝鋒) 주미대사, 뤼루화(呂錄華) 국가주석 외교비서, 훙레이(洪磊) 부장조리(차관보), 차이웨이(蔡偉) 부장조리(차관보)가 자리했다. 모두 차기 외교부장을 노리는 인사들이다.
경제는 4명이 배석했다. 시 주석과 막역한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정산제(鄭柵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자리했다. 이 가운데 정산제 주임은 차기 정치국 진입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중시하는 펜타닐 단속을 책임지는 왕샤오훙(王小洪)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9년 전 궈성쿤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참석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