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고영경의 마켓 나우] ‘C브랜드’, 동남아서 K브랜드에 도전장

중앙일보

2026.05.14 08:0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고영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

고영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

중국 브랜드, 이른바 ‘C브랜드’의 시대가 개막했다.

차지(CHAGEE)라는 이름을 들어봤는가. 아이브 장원영 효과로 알려진 중국 밀크티 브랜드다. 강남·용산에 연달아 매장을 열면서 한국에서는 이제야 화제가 됐지만, 전 세계 700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진 글로벌 C브랜드다. 동남아 젊은 층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핫플레이스’로 통했다. 말레이시아에서만 2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데, 현지 매장 월 매출은 중국 본토의 1.5배 수준이다. 해외 실적이 본토를 앞서는 셈이다.

‘진격의 C브랜드’는 차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헤이티,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 초저가 아이스크림 미쉐빙청, 럭킨커피 등 식음료에서 시작해 화장품·패션까지 확장 중이다. 안타·리닝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싱가포르·자카르타·호찌민의 쇼핑몰마다 들어섰고, 핑크플래시·스킨티픽 같은 C뷰티 브랜드는 동남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C브랜드 성장을 이끄는 주역은 ‘스마트 듀프(Smart Dupe)’ 세대다. 듀프는 복제품(Duplication)에서 나온 말로, 비싼 물건 대신 가성비 높은 대체재를 택하는 소비를 뜻한다. 유명 브랜드의 후광보다 검증된 성능과 가격을 따지는 동남아 MZ세대의 실속 소비가 C브랜드를 밀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브랜드들의 정교한 디지털 마케팅도 힘을 보탰다. 숏폼 콘텐트와 현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틱톡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방송 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빠르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방식은 K브랜드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국 본토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이 그 생존 노하우를 그대로 들고나온 결과다.

이 흐름의 배경이 단지 주머니 사정 때문만은 아니다. 동남아 젊은이들도 한때 명품과 고가 운동화 수집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과시적 소비가 실속형 소비로 옮겨가면서 중국 브랜드는 최적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값싼 제품’이라는 인식은 사라졌다. 하이얼·샤오미·BYD는 이미 기술력의 상징이 됐고, 하이디라오의 초특급 서비스와 세련된 헤이티 매장은 C브랜드의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K뷰티와 K푸드가 동남아에서 쌓은 평판과 인기가 하루아침에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 개 C브랜드의 파상공세 앞에서 격전을 피할 수는 없다. 글로벌 업계는 이미 C뷰티를 K뷰티의 대항마로 인식하고 있다. K브랜드가 안심할 처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려면 새 시장을 여는 것 못지않게, 잡아 놓은 시장을 지켜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한류라는 파도에 올라탄 사이, 새로운 조류가 밀려오고 있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디지털통상연구센터 연구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