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오른쪽)가 초미세수술 로봇을 이용해 하지 림프부종 환자에게 0.4mm 정도의 가느다란 림프관을 정맥에 연결하는 문합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국내 의료진이 초미세수술 로봇을 활용해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혈관 연결에 성공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최초로 이뤄진 것으로, 향후 고난도 미세 수술 선택지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홍준표·서현석·박창식·권진근 교수팀은 최근 초미세수술 로봇 ‘시마니’(Symani)를 이용해 육종암 환자 김모(57)씨의 초미세혈관 수술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환자는 수술 8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여성 환자는 앞서 허벅지 부위에 육종암의 일종인 악성 말초신경초종이 의심돼 종양 절제술을 받았다. 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종양 주변 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이렇게 깊게 파인 왼쪽 서혜부(사타구니)에 건강한 오른쪽 서혜부 조직을 채취해 이식하는 ‘유리피판술’을 진행했다. 환자의 신체 기능, 외형 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이식한 조직이 생착하려면 떼어낸 조직 혈관과 손상된 부위 혈관을 정확히 이어야 한다. 그래서 의료진은 초미세수술 로봇을 이용해 0.3~0.8㎜ 두께의 초미세혈관을 찾아 동맥과 정맥을 정밀하게 봉합했다.
1㎜ 미만 혈관을 다루는 초미세수술은 고배율 현미경을 쓰면서 집중력·정교함을 지켜야 하는 고난도 수술로 분류된다. 세계적으로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60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 국내 환자 상대로 처음 성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홍준표, 서현석, 박창식, 권진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워낙 고난도 수술이라 의료진 숙련도와 집중력에 따라 결과의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고 개발된 로봇이 집도의 손동작을 수술 기구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손 떨림 등을 줄여주고 혈관 손상도 최소화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활용한 시마니는 유방·사지 재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쓸 수 있도록 해외 업체에서 만든 초미세수술 로봇이다. 0.1~2.5㎜ 수준의 작은 혈관에 대한 봉합 등 섬세한 수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미세 재건 수술을 맡아온 홍준표 교수팀이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왔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사용 승인을 받았고, 현재 서울아산병원이 고난도 환자의 재건 수술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초미세수술 로봇이 수술 정확도를 높여 고난도 재건 수술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환자들이 안전한 치료를 받는 데 기여할 거라고 본다. 서현석 교수는 “앞으로 로봇 초미세수술의 표준 프로토콜을 정립하고 국내·외 의료진에게 확산해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