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개최 예정이었던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대회가 개최 2일 전 취소됐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뚝섬한강공원에 해당 대회가 승인 받지 않은 ‘불법 행사’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1000명이 넘는 시민이 참가할 예정이었던 마라톤 대회가 개최 이틀 전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한강공원 사용 승인 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주최 측에 대한 형사 고발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6일 개최 예정이던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의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지난 14일 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동대문구청의 갑작스러운 장소 사용 승인 취소 결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대회를 잠정 연기하게 됐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해당 대회는 16일 오후 5시에 동대문구 장안1수변공원에서 출발해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등을 지나 경기도 양평군에서 반환하고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조직위는 출발지점의 관할인 동대문구청에 허가를 받았음에도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부당한 압박으로 동대문구청이 승인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래한강본부는 대회를 앞두고 뚝섬 한강공원 일대에 “5월 16일 뚝섬 경유 ‘서울 한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승인되지 않은 불법 행사입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대회 참가자들이 주최 측에 문의를 하고 환불을 요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주최 측은 동대문구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았으며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홈페이지에 환불을 요청하는 게시글을 올린 시민에게 주최 측이 “환불이 어렵다”며 “말을 가려서 하길 바란다”고 답변을 달아 공분을 샀다.
결국 지난 14일 미래한강본부가 주최 측을 하천법 제33조(하천의 점용허가 등) 제 1항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자 마라톤 행사가 연기됐다. 주최 측은 연기된 일정에 대회 참석이 어려운 이들에게 참가비 전액을 환불해주겠다고 밝혔다.
도로에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려면 관할 구청·경찰과 코스 등을 협의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강공원 등 하천 시설에서 행사를 열려면 이를 관할하는 담당 부서에 신고하고 허가를 득해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울트라마라톤 주최 측이 시와 전혀 협의하지 않고 행사를 강행하려 했고, 안전사고를 우려해 현수막까지 건 것”이라며 “주최 측은 지난해에도 몰래 행사를 열었던 곳이고, 작년엔 조치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주최 측이 올린 입장문. 사진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 대회 홈페이지
주최 측은 이러한 절차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대회 관계자는 “사람들이 모이는 출발 지점의 장소만 승인 받으면 되는 줄 알았다”며 “비슷한 코스로 운영했던 지난해에는 서울시에서 따로 연락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줄 몰랐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대회 취소에 장기간 연습을 준비한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참가비 10만원을 내고 이 대회 100km 코스에 참가하려 했던 황인강(54)씨는 “지난 2월부터 대회 출전을 위해 연습했었지만 결국 환불을 신청했다”며 “수요일까지만 해도 대회를 강행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취소돼 아쉽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회에 나가기 위해 연차도 쓰고 숙박까지 예약했는데 어이없다” “대회 측에서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강행하려 했다니 실망이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주최 측은 행정기관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회 관계자는 “대회를 불법 대회라고 규정하고 현수막을 건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직권남용 및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