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검은 정장 입고 입국한 北내고향…가슴엔 김일성 부자 배지

중앙일보

2026.05.16 23:56 2026.05.17 15:5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7일 오후 2시 52분쯤 인천국제공항 1 터미널 1층 입국장 A 게이트. 자동문이 열리자 북한 여성클럽축구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단 채였다. 선수단은 선두에 선 이유일 감독을 따라 여행용 가방을 끌며 빠른 걸음으로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연신 터지는 카메라 세례와 방남을 환영한다는 외침에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이들은 소감을 묻는 말에도 침묵한 채 차례로 버스에 탑승해 수원으로 이동했다.

이날 입국장 주변은 이른 시간부터 40여 명의 환영 인파로 북적였다. ‘내고향여자축구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와 팀 로고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준비한 지창영(61) 인천자주통일평화연대 공동대표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공항에 오게 됐다”며 “남북 관계가 단절됐는데 이번이 동포끼리 마음을 주고받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철(75)씨는 “TV를 보다가 북한 여자 축구단의 방한 소식을 듣고 이렇게 나왔다”며 “남북 화해 무드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스포츠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고향은 평양을 연고로 2012년에 창단한 축구팀이다. 이번 주 수원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 출전하기 위해 이날 방남했다. 남북 여자축구 클럽팀 간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여자 축구팀의 방남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다. 범위를 넓혀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건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에 출전한 5명의 선수단 방남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북한이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평화적 이벤트 연출 없이 경기만 치르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시각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날 내고향여자축구단 코치진이 버스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날 내고향여자축구단 코치진이 버스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우상조 기자


내고향은 지난 1일 AFC측에 이번 경기 출전을 통보했고, 통일부는 관계 기관과 협의한 뒤 지난 14일 내고향 선수단 39명(선수 27명, 스태프 12명)에 대해 이번 달 17~24일간 방남을 승인했다. 다만 방남 승인을 받은 39명 중 35명만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예비 선수 4명을 빼고 35명만 입국한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12일 경유 훈련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축구단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17일 방남했다. 연합뉴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지난 12일 경유 훈련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축구단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17일 방남했다. 연합뉴스

앞서 내고향 선수단은 고려항공을 이용해 지난 12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선수단이 하늘색 상의, 군청색 하의의 운동복을 착용한 채 여행용 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베이징 인근에서 훈련한 뒤 이날 입국한 내고향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국의 수원FC 위민과 AWCL 4강전을 치른다. 해당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또 다른 준결승인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 호주 멜버른 시티 FC 경기의 승자와 23일 같은 장소에서 만나 우승팀을 가릴 예정이다.



심석용([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