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간 긴장·갈등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관세 및 첨단기술·희토류 수출통제 등 핵심 갈등 현안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 뒤로 미루고 긴장 완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다.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마이클 스웨인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양국이 첨예한 공방 대신 ‘휴전 모드’를 당분간 더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에 한해 성공적”이라며 “다만 무역 현안과 첨단기술, 대만,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양국 간 근본적인 갈등 요인을 해결하거나 완화하는 데 있어 실효성 있는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러시 도시 미국외교협회(CFR) 아시아 선임연구원도 15일 CFR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양국이 직면한 구조적 난제들을 ‘해결(Solving)’하기보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Managing)’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구체인 합의문이나 공동 성명 등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가장 큰 현안이었던 이란 문제도 특별한 진전이 없었고, 무역에서도 명확히 나온 것은 중국의 보잉기 200대 구매뿐이다. 조이 리우 CFR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 대해 “화려한 환영 인사와 만찬, 그리고 모호한 구매 내역으로 포장된 ‘리스크 관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윤 선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양측 무역합의가 발표되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중국이 합의를 보류하고 있거나, 아니면 9월 시 주석의 워싱턴 DC 답방 때 선물로 주기 위해 아껴둔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실질적 성과가 미흡한 이유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취약한 핵심 광물 공급망이 구조적 한계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디 크레보-레디커 CFR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동에서 엄청난 첨단 무기 시스템을 소모해버렸고, 미사일 보충 생산에는 희토류가 가장 중요하다는 불편한 현실 속에 이번 회담에 임했다는 사실”이라며 “중국이 완벽하게 목줄을 죄고 있는 희토류에 미국은 큰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첨단 무기 재고 부족과 중국이 가진 사실상의 희토류 독점권이 맞물리며,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가 무역 문제와 관련해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