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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출’ 부실 비율 커지는데…은행 넣은 ‘대기업 여윳돈’ 최대

중앙일보

2026.05.17 08:02 2026.05.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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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사이 대기업의 단기 여유 자금 규모는 사상 최대로 불었다. ‘K자형’ 성장 양극화의 한 단면이다.

17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집계한 지난달 중소기업의 원화 대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평균 0.63%를 기록했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이 넘는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데 한 달 사이 0.09%포인트 올랐다. 은행에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할 만큼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달 대기업의 원화 대출 NPL 비율은 전달보다 0.04%포인트 내린 0.31%로, 중소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원화 대출 NPL 평균(단순 평균 기준)은 지난달 0.42%로 한 달 전(0.38%)보다 0.04%포인트, 지난해 같은 달(0.40%)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내수 부진과 고금리에 취약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포함된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국면이 길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져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체율 통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양극화가 뚜렷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44%로, 한 달 사이 0.03%포인트 높아졌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연체율은 3월 말 0.58%에서 4월 말 0.65%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대기업 연체율은 0.08%로 한 달 사이 0.03%포인트 낮아졌다. 중소기업 연체율이 대기업의 8배에 달했다.

빚을 제대로 못 갚고 있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사이, 대기업은 수출 호조로 현금 흐름이 크게 나아졌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은 157조8659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보다 15조4335억원 급증하며 사상 처음 150조원을 넘겼다. 반도체 호황에 일부 수출 대기업이 뭉칫돈을 맡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MMDA는 자유롭게 돈을 넣고 뺄 수 있고 비교적 높은 금리도 받을 수 있어 기업들이 단기 여유 자금을 예치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중동전쟁 여파로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기업 간 ‘K자형’ 양극화 현상이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한계기업에 대해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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