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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이화영 판결도 취소할 것인가

중앙일보

2026.05.17 08:22 2026.05.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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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전 국회의원

금태섭 전 국회의원

얼마 전에 끝난 국정조사의 정식 명칭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다. 30년 넘게 법률가로 살아왔지만 ‘조작 기소’라는 용어는 처음 들어봤다. ‘조작’이라는 말의 뜻은 가짜로 만든다는 것인데 증거를 조작한다거나 공소장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할 수는 있지만, ‘기소’ 자체를 가짜로 꾸며내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조작 기소라는 생경한 용어를 쓰는 것은 증거가 조작되었거나 기소 내용이 사실과 다를 때는 법원의 판결이나 재심을 통해서 바로잡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여권이 원하는 공소 취소라는 변칙적인 해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이 통상적인 사건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례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그래서 조작 기소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뜨악한 조작 기소 집착
대통령 면죄부 주려는 국정조사
삼권분립 위배에 재판 취소 상황
판사도 국회 불러 재판 추궁할 건가

공소 취소를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논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나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은 정적(政敵)을 해치려는 목적을 가지고 윤석열 정권의 검사들이 꾸며낸 사건이다. 국정조사를 통해서 잘못된 기소라는 점이 밝혀졌고 국민적 공감대도 얻었으므로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말 기소의 문제점이 밝혀졌는지, 심지어 그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 했는지는 매우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쳐보자. 그래도 행정부에 속한 검사가 기소해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국회가 나서서 옳다, 그르다 판정하고 공소 취소까지 논하는 것은 명백히 삼권분립의 원리에 반한다. 하지만 여권 강경파의 주장은 거침이 없다. 잘못된 검찰권의 행사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그 논리대로라면 검사가 부당하게 불기소한 사건을 국회의원이 기소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검찰 개혁을 한다면서 소추 기관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해 기초적인 이해도 안 된 말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한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백보를 양보해서 여권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큰 문제가 생긴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소위 조작 기소를 바로 잡으려면 공소뿐만 아니라 재판까지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보자. 이 사건에는 ①경기도 평화부지사인 이화영이 쌍방울 측에 부탁해서 불법으로 북한에 돈을 송금하게 했는지 여부 ②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그 일에 관여했거나 혹은 알았음을 근거로 공범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①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이 내려져 있다. 공소 취소는 ②에 대해서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국정조사 과정을 보면 ①에 대해서도 시비를 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 공작원이라는 리호남이 쌍방울 측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필리핀에 왔는지 따지는 장면이 바로 그 예다. 민주당은 이 부분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점에도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화영 재판을 취소할 것인가.

대장동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에는 ①김만배·남욱 등이 유동규와 공모해서 성남시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배임죄를 저질렀는지 여부 ②이러한 범행에 대해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관여했는지 여부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①에 대해서는 이미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 특히 이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인사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이 대통령 본인도 대장동 사업에 대해서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하거나,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라고 한 적이 있기 때문에 ②부분만 공격해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미 판결이 선고된 부분을 공격하다 보면 결국 법원의 재판까지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김만배·남욱에 대해서는 판결을 취소할 것인가.

만약 민주당이 이 선을 넘어서 재판 취소를 고려한다면 두 가지 추가적인 문제가 생긴다. 첫째, 앞으로 국정조사에 검사뿐만 아니라 판사들까지 불려 나와서 왜 그런 재판을 했느냐는 추궁을 당하는 일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정상인지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재판취소는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는 것이다. 여권이 재심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요건도 매우 까다롭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나서서 사면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이 점에 대해서 최근에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서 법조인 출신인 민주당 중진의원으로부터 매우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이화영에 대해 재판 취소를 할 것이냐는 내 질문에 그는 중대하게 인권이 침해된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소원을 통해서 구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사법개혁을 한다고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한 뜻을 그제야 깨닫는 느낌이었다.

금태섭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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