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에너지 봉쇄 등으로 쿠바를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미 언론에서 “쿠바가 공격용 드론을 확보했다”고 보도하자, 쿠바 측이 반발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혀지시간) 쿠바 하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반군 총사령관으로서 수도에 도착한 지 67주년을 기념하는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17일(현지시간) 정부 기밀정보를 인용해 “쿠바가 공격용 드론 300대 이상을 확보해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와 미 군함, 플로리다 키웨스트 공격 가능성까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군사고문단이 아바나(쿠바 수도)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쿠바를 점점 더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미 고위 당국자 발언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쿠바는 지난 2023년부터 러시아와 이란으로부터 공격용 드론을 도입, 자국 전략적 요충지에 배치해왔다. 또 최근 한 달간 러시아에 드론과 군사 장비를 추가로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쿠바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무장관은 같은 날 X(옛 트위터)에 “쿠바는 전쟁을 원하지도, 누구를 위협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경제제재와 잠재적 군사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기성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돈로 주의를 실은 2025년 1월 8일자(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 표지. 사진 뉴욕포스트
양국 간 긴장은 최근 몇 달 새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은 쿠바를 러시아·이란 등 적대국들의 서반구 거점으로 지목하며 압박해왔다. 서반구를 미국 영향권에 두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쿠바를 겨냥해 “다음 차례”라고 경고한 이후로다.
지난 14일 쿠바를 방문한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쿠바는 더 이상 미국 적대세력의 서반구 근거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3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해안과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외국 적대세력이 활동하는 건 매우 문제적”이라고 역시 쿠바를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이란 분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5월 1일(현지시간) 쿠바 하바나 혁명 광장에서 열린 노동절 행진에서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쿠바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어 지난 15일에는 미 법무부가 쿠바 실권자인 라울 카스트로 기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1996년 ‘브라더스 투 더 레스큐(Brothers to the Rescue)’ 항공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기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쿠바 공군이 미 플로리다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쿠바계 망명단체 소속 민간 항공기 2대를 격추해 4명이 사망한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통신은 “94세 혁명 지도자에 대한 기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쿠바 압박이 중대한 수준으로 격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 정보당국은 쿠바가 당장 자국을 공격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 다른 미 고위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쿠바가 미국에서 불과 90마일(145㎞) 거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쿠바 전투기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제대로 날 수 있는 기체가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쿠바 하바나에서 주민들이 장기간의 정전에 항의하며 피운 불 옆을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쿠바 현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미국의 대쿠바 원유 봉쇄와 추가 제재로 정전과 식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쿠바 민방위 당국은 시민들에게 ‘가상 군사공격 대응 가족 지침서’를 배포했다. 쿠바 국영매체들은 시민과 대학생들이 군사훈련을 받는 장면과 함께 “전 국민의 전쟁 준비 상황”이라며 관련 보도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지난 1일 노동절 행사에서 “우리는 준비돼 있다”며 “필요하다면 혁명을 위해 목숨도 바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