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종합특검이 최근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한 모습. 뉴스1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제2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이 당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저 공사업체 선정 과정의 ‘윗선 개입’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는 행정안전부 예산 전용, 감사원의 부실 감사 의혹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관저 이전 실무와 대통령실 내 의사결정 라인에 관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관저 이전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한남동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대통령 관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았고,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업체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었는데도 국가 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를 맡아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5일 오전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과천 2차 종합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공사비 불어나자…행안부 예산 전용 의혹
특검팀은 최근 대통령실이 행정안전부 예산을 부당하게 전용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관저 이전 공사비가 당초 편성된 14억여원에서 41억여원으로 크게 늘어나자 대통령실이 추가 비용을 행안부가 부담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김 전 비서실장 등이 이를 거치지 않고 행안부 예산을 전용했다고 의심한다. 특히 21그램과의 수의계약 경위뿐 아니라 부적절한 관저 내부 시설 공사 내역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타 부처 예산을 편법으로 끌어다 썼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
수사, 김건희 여사 향하나
특검팀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시절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실무를 총괄한 인물로 꼽힌다. 김 여사는 21그램 측과의 친분을 매개로 업체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관저 이전 관련 재판에서는 21그램이 공사업체로 선정된 배경에 김 여사의 의중이 있었던 것 같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건희 특검이 앞서 기소한 김오진 전 차관 재판에는 지난 11일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소속 공무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증인은 “기존 업체와의 공사 협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의해 갑자기 중단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검팀이 “면허도 없는 업체인 21그램이 어떻게 관저 공사를 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언론에 드러난 것처럼 V0(김건희 여사)의 의중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김지미 특검보는 18일 브리핑에서 김 여사에 대한 소환 통보나 김 전 비서실장의 신병 처리 계획에 대해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지난 4월 21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통계조작·'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조작기소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
유병호 감사위원 압수수색
특검팀은 감사원의 부실 감사 의혹으로도 수사를 넓히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감사원과 유병호 감사위원 자택 등 관련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감사원은 2022년 10월 국민감사 청구 이후 약 2년이 지난 2024년 9월에야 감사보고서를 공개해 ‘늑장 감사’ 비판을 받았다. 보고서에는 21그램의 무면허 시공과 부풀려진 공사비 견적 등은 담겼지만, 핵심 쟁점인 업체 선정 경위나 김 여사 측 개입 여부는 규명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감사원이 고의로 조사를 축소했는지, 부실 감사 배경에 대통령실 등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유 감사위원은 “관저 감사의 진행 경위와 내용을 알고 있는 감사인으로서, 특검이 왜 이토록 무리하게 수사에 착수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봐주기 감사’ 의혹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관저 의혹은 오히려 양정(징계 등의 조치 수위)을 더 높인 건”이라며 “(연루된) 경호실 간부 건 해임을 파면으로 직접 조치했고, 21그램 등 계약법령 위반 등은 빠짐없이 고발 통보토록 지시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