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3월부터 전방 군사분계선(MDL) 일대 요새화 작업을 재개한 가운데 지난해보다 병력 투입을 최소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방증으로, 정부의 유화적 대북 기조와 관계 없이 단절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은 15일 정오쯤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연결도로 차단 목적(추정)의 폭파 행위를 자행했다″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합참이 공개한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10.15/뉴스1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과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MDL 일대 작업 재개 인원은 하루 3000명~최대 5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00여명 수준에서 최대 5배까지 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일별 투입 인원이 달라 평균적으로는 “두 배 이상” 병력이 늘어난 걸로 봐야 한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는 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작업은 불모지 및 전술도로 보강, 철책 설치, 지뢰매설 등”이라며 “철책의 경우 MDL 250㎞를 기준으로 약 20~30%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전술도로와 대전차 방벽 추가 부설 등의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철책의 경우 전기가 흐르는 3중 철책을 설치한 곳과 일부만 설치한 구간 등 다양하다고 한다.
또 하천 등 험준한 지역에서 공사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자재 운반 동향도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MDL 전역에 걸쳐 요새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MDL 일대 작업 동향에 대해 면밀히 감시 중”이라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안정적으로 군사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 당국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북한의 MDL 병력 투입이 늘어난 건 맞지만, 하반기와는 유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병력 투입이 크게 늘어난 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단절 기조를 헌법에 반영하는 등 최종적인 법제화 단계까지 이른 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이달 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 현안 보고에서 북한이 올해 3월 헌법을 개정했으며 “국경선을 북쪽으로 중국과 러시아,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해있는 곳을 영토로 한다” 등 영토 조항을 신설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북한 새 헌법에 ‘
전시 평정’, ‘주적’ 등의 표현은 없다는 점을 들어 “두 국가임을 분명히 했지만 적대성은 상당히 줄였나갔다” “대남 적대 문구는 일절 없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접경 지역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 단절 조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달 전방 작업을 재개하며 인원을 대폭 늘린 건, 김정은이 외부 여건과 관계 없이 자기 만의 시간표에 따라 대남 적대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실제 행동을 기준으로 안보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전날 전군의 사·여단 지휘관을 소집하고 “남부 국경선을 담당하는 제1선부대의 전력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고도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국경선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 데 대한 우리 당의 영토방위 정책”도 거론했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6일 오전 경기 김포시 전망대에서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MDL 이북 지역에서 북한군이 비포장도로에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을 세우고 암반을 제거하는 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해당 작업이 전술도로 확장을 위한 폭파 작업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