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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주주들 “미래 투자금 털어 성과급 주나…파업 땐 소송”

중앙일보

2026.05.18 01:08 2026.05.1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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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파업 철회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파업 철회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 위기에 놓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HD현대까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며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영 성과 배분 논의에서 소외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주주권 침해와 기업가치 훼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8일 소액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가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할 경우 이사회·경영진·노조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명문화하는 것은 단순 임금 인상 협상의 범위를 넘어 주주의 재산권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앞에서 삼성전자 주주 서한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앞에서 삼성전자 주주 서한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노사가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제도화할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다. 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시 주주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주주들의 문제 제기는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로 귀결된다. 영업이익은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결정하는 핵심 재원인데, 이를 근로자 성과급으로 이전하면 미래 투자와 주주환원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주행동연구원 좌담회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는 주주와 근로자 간 비대칭적 위험·보상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영업이익 감소로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근로자는 일정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돼 주주가 업황 둔화에 따른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더 크게 부담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성과급이 노사간 협의, 총수의 재량만으로 책정되며 논의 과정에서 주주가 배제되는 것에 따른 불만도 나온다. 대만 TSMC의 경우 배당·투자·성과급 책정을 모두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이사회만으로는 주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며 성과급 제도화 논의를 주총 안건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는 “연간 300조원대 영업이익이 가시화되자 노조가 그중 15%인 약 45조원을 성과급으로 제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상법이 보장하는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과 주주들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지배구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액트가 전날 삼성전자 주주 약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투표에서는 응답자의 95%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 반대했다.

이 대표는 “성과급을 제도화하고 싶다면 주총 특별결의 사항인 정관의 이익잉여금 처분 조항 개정을 거쳐야 한다”며 “주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사측이 이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종대 경영학부의 강원 교수(주주행동연구원 원장)도 “상법이 개정되면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점이 보다 명확해졌다”며 “이사가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속적으로 노조에 제공하는 협상을 하거나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총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는 해석이 가능하며 현재 상법 체계에서는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성과급 책정과 주주권 논의는 정부의 경제철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 구상으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면서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이에 따른 과실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기업의 초과이윤을 환수한다”는 뜻으로 읽히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 교수는 “삼성전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이 필요한 기업은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남는 자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한다”며 “기업의 영업이익이 미래투자 여력과 장기 가치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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