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HD현대까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며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영 성과 배분 논의에서 소외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주주권 침해와 기업 가치 훼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8일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민경권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급 제도화는 임금 협상의 범위를 넘어 주주의 재산권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업이익의 N%가 성과급으로 제도화할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노조가 파업 시에는 주주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가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경우 최대 30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되고 복구까지 3주가량 소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이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약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총파업은 국가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파업이 현실화하면 (정부가) 즉각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들의 문제 제기는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로 귀결된다. 기업의 영업이익은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을 결정하는 핵심 재원인데, 이를 근로자 성과급으로 이전하면 미래 투자와 주주환원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최근 좌담회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체계는 주주와 근로자 간 비대칭적 위험·보상 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영업이익 감소로 주가가 하락해도 근로자는 일정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되니 주주가 업황 둔화에 따른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더 크게 부담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성과급이 노사 간 협의, 총수 재량으로 책정돼 논의 과정에서 주주가 배제되는 데 따른 불만도 나온다. 대만 TSMC의 경우 배당·투자·성과급 책정을 모두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사회만으로는 주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며 성과급 제도화 논의를 주주총회 안건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는 “주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사측이 성과급 제도화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건 주주의 재산권을 훼손하는 중대한 지배구조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원 주주행동연구원장(세종대 교수)은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주권 논의는 정부의 경제 철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 구상으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면서다. 이날 개장 직후 급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사측이 낸 위법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이 대부분 인용된 뒤 반등해 전 거래일보다 3.88% 오른 28만10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