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의료비 부담 완화’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하원 후보를 가리는 예비경선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반기를 들어 온 ‘눈엣가시’ 의원들 찍어내기에 바쁜 모습이다. 특히 당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을 겨냥한 집중 공격에는 현직 국방부(전쟁부) 장관까지 가세해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켄터키주 공화당 하원의원 예비경선을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매시 의원 낙선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게시물을 연이어 올렸다. 그는 이날 오후 33초 분량의 영상을 통해 공화당원들을 향해 “매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하원의원이란 사실을 잊지 말라. 그는 항상 공화당과 올바른 가치에 반하는 표를 던진다”며 “내일 여러분이 그를 퇴출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매시 의원의 경선 경쟁 상대인 에드 갤레인 후보를 두고 “훌륭한 사람, 훌륭한 애국자이며 환상적”이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매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켄터키주 4선거구에서 공화당 차기 의원 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갤레인 후보와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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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등 반대한 매시 의원 겨냥 “퇴출시켜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별도 글에서는 “매시는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자 바보다. 내일 투표로 그를 퇴출하라”고 적었다. 전날에도 “매시는 한심한 ‘무늬만 공화당’. 가능한 한 빨리 쫓아내야 한다”고 하는 등 연일 ‘매시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다.
7선 중진 매시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소장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우곤 했는데, 최근 이란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하원 표결 때 여당인 공화당에서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펜실베이니아)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유이한’ 의원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33초 분량의 영상. 트럼프 대통령은 켄터키주 공화당 하원의원 예비경선을 하루 앞둔 이날 자신의 정책에 반기를 들어 온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주 제4선거구)을 “최악의 의원”이라고 비난하며 공화당원들을 향해 “내일 여러분이 그를 퇴출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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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매시는 방해꾼”…축출 시도 가세
‘매시 축출’ 시도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까지 나서 논란을 더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켄터키주에서 열린 에드 갤레인 후보 지지 행사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 출신 갤레인 후보의 경력을 내세우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할 최적의 인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매시 의원을 향해서는 “방해꾼”이라고 비난하며 “매시는 가장 단결이 필요한 순간에 민주당에 투표한다”고 공격했다.
미국에서 현역 군인은 국방부 최고 상위 규정인 ‘국방부 지침’에 따라 정치적 중립이 엄격히 요구되며, 연방 공무원은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해치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방장관의 이례적인 특정 후보 행사 참석에 국방부는 “장관이 퍼플하트 훈장 수여 행사를 위해 켄터키주에 간 김에 개인 자격으로 갤레인 후보 지지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해치법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했다.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헤브론에서 에드 갤레인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오른쪽)가 연설하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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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공무원 정치 중립 위반’ 논란 번져
하지만 연방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데다 현재 이란 전쟁을 지휘하는 상황에서 국방장관이 특정 후보 행사에 관여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퇴역 육군 장교 로런스 셀린은 X(옛 트위터)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이 국방장관이라는 공적 지위를 이용해 의회 경선에 개입한다면 이는 명백한 해치법 위반이다. 그는 즉각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스라엘 단체들도 ‘매시 퇴출 운동’에 적극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시 의원 재선을 막기 위해 투입된 광고비만 3200만 달러(약 480억원)를 넘어섰는데, 이는 미 하원의원 예비경선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이 미 정치권에서 가장 입김이 센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등 친이스라엘 단체에서 나왔다고 한다. 친이스라엘 진영은 이란 전쟁 등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해 온 매시 의원을 ‘반이스라엘 인사’로 규정하며 그의 낙선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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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캐시디 상원의원, 경선 탈락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 찍어내기’는 점점 익숙해지는 풍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공화당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 경선에서도 과거 자신의 탄핵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던 빌 캐시디 상원의원을 공개적으로 ‘저격’ 하며 “공화당은 그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시디 의원은 예비경선에서 3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외에도 SNS에 자신이 지지하는 경선 후보와 반대하는 후보의 이름을 콕 찍어 공개하며 예비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친트럼프 감별사’를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정치적 충성도를 기준으로 후보를 걸러내면서 당 장악도를 더욱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납세기록 유출 책임을 물어 미국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했던 10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17억7000만 달러(약 2조6700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기소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측근 및 지지자들에게 보상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 세금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당 이득을 얻는 것”이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