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10월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86년간 이어온 캐나다와의 영구합동방위위원회(PJBD) 참여를 중단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 등 강대국에 맞서 중견국끼리 뭉쳐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차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레토릭(수사)보다 실질적인 군사력을 우선시하는 강한 캐나다는 우리 모두에 이익이 되지만 안타깝게도 캐나다는 방위 공약에서 신뢰할 만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PJBD가 북미 공동 방위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재검토하기 위해 참여를 중단한다”고 적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차관은 18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중견국이 뭉쳐야 한다는 취지로 한 연설 링크를 공유하며 해당 연설이 캐나다와의 영구합동위원회 참여 중단의 이유라는 점을 시사했다. 콜비 X 캡처
콜비 차관은 또 카니 총리의 WEF 연설 링크를 공유하며 “우리는 더는 레토릭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외면할 수 없다. 진정한 강국들은 공동의 방위·안보 책임으로 레토릭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설이 PJBD 참여 중단의 이유라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카니 총리는 지난 1월 WEF에서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으면 우리가 (강대국의) 메뉴판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해당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성조기를 꽂고, 캐나다·베네수엘라를 미국 영토로 표시한 합성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린 직후 이뤄졌다. 이로 인해 동맹국들을 홀대하고, 영토 확장 야욕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PJBD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 8월 양국이 체결한 오그덴스버그 협정을 통해 설립됐다. 북미 대륙 방위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로 양국 국방 협력의 핵심이란 평가를 받아왔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엔 운영이 중단됐다. 캐나다 CBC 방송은 “PJBD는 최소 연 1회 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마지막 회의는 2024년 11월이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캐나다,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영토까지 미국 영토로 표시한 것으로 보이는 가상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지난해 8월 유럽 정상들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던 사진을 변형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미국은 캐나다가 미국산 무기 구매를 축소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당초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88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피트 후크스트라 주캐나다 미국대사는 지난 1월 CBC방송에 “캐나다가 F-35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체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전 시기인 1958년 옛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NORAD는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미사일 경보 체계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간에 커지는 균열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회원국에서 나오면 미국이 보복성 안보 정책을 내놓는 식이다.
지난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분명한 전략 없이 임하며 미국 전체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 미군 5000명 감축 사실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프랑스 등 다른 나토 국가들이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지속해서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