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만 있으면 된다”… 보복대행업체, 미성년자까지 범죄 동원
중앙일보
2026.05.19 00:25
2026.05.19 01:06
돈을 받고 대신 복수를 해준다는 이른바 ‘사적 보복 대행’ 업체들이 미성년자를 범행에 동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 업체는 텔레그램을 통해 청소년을 공개 모집하며 고액 수익까지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여러 보복 대행업체들은 텔레그램 채널에서 ‘행동대원’을 모집하며 미성년자도 지원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었다.
구독자 수백명을 보유한 한 업체는 구인 게시글에 지원 조건으로 “나이·성별 무관”, “팔다리가 최소 한 개 달려 있을 것”, “고약한 냄새를 버틸 수 있는 자”, “이동 범위가 넓은 자” 등을 적어 올렸다.
해당 업체는 “월 1000만원 이상 가능”, “건당 50만~150만원 지급”, “검거율 최하” 등의 문구를 내세우며 지원자를 유인했다. 또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진행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업체 측은 실제 미성년자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자신을 ‘민짜’(미성년자)라고 소개한 지원자가 “제대로 할 자신 있다”고 하자 업체 운영자는 “가능하다”며 채널 주소를 안내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민짜 처리반 등장’이라는 설명까지 달렸다.
사적 보복 대행 업체의 구인구직 게시글. 업체 텔레그램 캡처
연합뉴스 기자가 중학생이라고 밝힌 뒤 일부 업체에 취업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업체 측은 “지금은 사람이 필요 없다”면서도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설명에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보복 대행업체들의 불법 행위 전반을 수사 중이지만, 미성년자 동원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성인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미성년자를 범행에 이용하는 경우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적 보복 대행 업체의 구인구직 게시글. 업체 텔레그램 캡처
현행 형법은 타인을 시켜 범죄를 저지르게 한 교사범을 실제 범행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미성년자를 범죄에 동원했을 때 별도 가중처벌 규정은 없는 상태다.
곽준호 변호사는 “지시를 받고 행동한 미성년자는 소년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성인이 처벌 회피 목적으로 청소년을 이용했다면 죄질이 매우 나쁜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