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성 장애인의 사랑과 자기 결정권을 다룬 ‘젤리피쉬’가 2025년 동아연극상에 이어 최근에 백상연극상까지 수상했다.
이 잇따른 수상은 그동안 주변부로 취급받았던 ‘장애 연극’이 확실하게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여기에는 장애 연극인들만이 아니라 함께 연극을 만든 비장애 제작진들의 노력과 자본, 벤 웨더릴이라는 영국 극작가의 성숙한 극작술도 큰 몫을 했다.
그래서 최근 장애인 극단 ‘애인’이 제작한 ‘비롯되다’(김지수 작, 강예슬 연출)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또 다른 각별함이 있었다. 한국의 장애인 작가가 직접 쓰고 전 출연진이 장애인인 이 작품은 ‘쉼’이라는 호흡으로 관객을 인도했다.
공연 ‘비롯되다’. [사진 극단 애인ⓒ박태준]
극 공간은 장애인이 운영하고 장애인만 예약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 ‘비롯’. 여기서 숙박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가구의 크기와 높낮이를 선택할 수 있다. 무대를 감싸듯 가까운 객석에서 관객도 원하는 스타일의 의자를 선택한다. 그 다양성의 존중과 열린 접근성은 이 작품의 화두이기도 할 것이다.
자연 속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의 숨쉬기는 느리다. 움직임과 말의 속도조차 느린 장애 배우들로 구성된 연극의 전반부는 관객에게 인내심을 요구했지만, 커피를 마시고 타로점을 치고 무심히 평상에 걸터앉은 평온의 순간으로 차츰 관객을 인도했다.
그 이완 속에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움직임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휠체어에서 평상으로 옮겨 앉는 사투에 가까운 움직임, 젠가를 하는 흔들리는 손동작 그리고 뇌 병변 장애인의 브람스 음악의 지휘에 이르기까지 존재가 가진 저마다의 최선과 몸의 궤적을 보여주었고, 아름다웠다.
극단 애인은 장애인 극단 19년 차다. 단숨의 성공이 아닌 오랜 호흡과 시행착오를 무릅쓴 노력들 그리고 동료애가 만들어낸 결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