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새끼두꺼비들이 욱수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영차! 영차!”
20일 오전 7시 대구 수성구의 망월지. 새벽부터 내린 비가 땅을 충분히 적시자 2~3㎝ 정도의 새끼 두꺼비들이 저수지인 망월지에서 나와 이동을 시작했다. 지난 2월 성체 두꺼비들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새끼다.
인근에선 수성구 관계자들이 펜스를 벗어난 새끼를 구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새끼 두꺼비들의 이동 경로가 등산로이기 때문에 수성구는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펜스를 설치해두고, 새끼 두꺼비가 대이동을 시작하면 직접 현장에 나와 펜스를 벗어난 새끼들을 다시 안으로 이동시킨다.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수성구 관계자들이 펜스를 벗어난 새끼두꺼비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수성구 관계자는 “새끼 두꺼비는 해가 강하면 말라 죽기 때문에 땅이 충분히 적셔져야만 망월지에서 나온다”며 “비가 오면 이동을 시작하는데, 이후에는 습도가 충분한 날이나 밤을 이용해 약 열흘간 욱수산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새끼두꺼비들이 욱수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농업용 저수지인 망월지는 매년 2월 1000마리가 넘는 성체 두꺼비가 비가 오면 인근 욱수산에서 내려와 산란하는 장소다. 1920년대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이 저수지는 2007년 봄비가 내리던 날 두꺼비 수십 마리가 로드킬을 당하면서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졌다. 그해 봄 망월지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이 “차를 타고 등산로 입구로 향하던 중 두꺼비 수십 마리를 차로 치었다”며 환경단체에 신고하면서다.
대구 망월지 성체두꺼비가 2월 욱수산에서 망월지로 산란을 위해 내려가고 있다. 사진 수성구
수성구와 환경단체 조사 결과 매년 2월부터 3월 초 사이 땅이 축축해지면 겨울잠에서 깬 성체 두꺼비가 망월지로 이동해 알을 낳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체 두꺼비는 암컷 1마리당 최대 1만여 개 알을 낳는다. 2줄씩 15m 이상으로 낳은 뒤 떠내려가지 않게 나뭇가지 등에 감아놓고는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는 물속에서 60~70일을 보내며 성장한다. 새끼 두꺼비들은 5월 중순 다시 욱수산으로 돌아간다. 이 때도 비가 필수 요소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마른 땅에서 새끼들이 말라죽을 수 있어서다.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욱수산 방향으로 쳐져 있는 펜스. [사진 수성구]
수성구는 망월지를 장기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2021년 11월 환경부에 망월지 일대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매년 망월지에서 욱수산 등산로 입구까지 450m 구간에 두꺼비 로드킬 방지 펜스를 설치하고 점검한다.
수성구가 망월지를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2022년 올챙이 99.9%가 몰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축물 허가 등 제약이 발생하자 망월지 지주인 수리계 대표가 불만을 품고 일방적으로 수문을 개방한 것이다.
당시 망월지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탓에 올챙이 99.9% 이상이 수분 부족으로 집단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 산란한 알 328만∼365만여 개 중 고작 1680마리(0.05%)만 생존했다.
수성구가 망월지 두꺼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어둔 안내문. [사진 수성구]
재판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리계 대표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 2023년 수성구는 망월지를 찾는 성체 두꺼비의 수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예상과 달리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두꺼비가 망월지로 돌아왔다. 당시 수성구 측은 두꺼비의 수명이 20~30년으로, 욱수산에서 기존에 서식 중이던 성체들이 함께 내려온 것으로 추정했다.
20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새끼두꺼비들이 욱수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수성구는 망월지 일대를 보존해 미래형 생태교육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역 학생들을 위해 망월지를 활용한 생태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봉사단과 함께 인근 정화 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 내년이면 망월지 일대에 생태공원과 생태교육관이 들어선다. 생태교육·체험공간, 미디어아트 생태전시실, 망월지 두꺼비를 캐릭터화한 ‘뚜비’ 기념품점 등으로 구성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김미애 수성구 생활환경국장은 “망월지 새끼 두꺼비 집단 이동은 도심 속 자연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중요한 지표”라며 “작은 생명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주민 여러분의 관심과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