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2023년 6월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권경애 변호사의 ‘노쇼’로 원고 패소가 확정된 학교폭력 사건 재판이 약 3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가 고의로 재판에 불출석했다”며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법 민사 8-2부(고법판사 오영상·임종효·최은정)는 20일 오전 11시 30분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씨가 학교폭력 가해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변론기일을 열었다. 사실상 항소 취하로 간주된 재판이지만, 유족은 “항소 취하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기일지정을 신청했다.
━
‘3회 노쇼’로 원고 패소
이씨는 이 사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런데 2심에서 유족을 대리한 권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하면서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돼 2022년 11월 패소했다. 민사소송법 제268조에 따르면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3번 연속 불출석하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된다.
권 변호사는 패소 사실도 5개월간 알리지 않아 유족 측은 상고하지 못한 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유족 측은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지난 3월 5일 변론기일 지정을 요청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소의 취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기일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2023년 6월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유족 “권경애 의도적 불출석”
약 3년 6개월 만에 열린 이날 기일에서 유족 측은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재판 불출석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권 변호사가 개인적 의도를 갖고 재판에 불출석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결론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년간 억울하게 괴롭힘당하다 죽은 아이 핸드폰에 육성으로 아이가 ‘살고 싶다’고 말하는 영상이 있다”며 “단순히 ‘3번 불출석은 항소 취하로 간주한다’는 간단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니지 않냐. 그게 사법부의 최선인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재판부가 ‘소송 종료’ 판단을 할 경우 재판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혀왔다.
━
재판부 “유족 심정 무겁게 느껴”
지난 5월 6일 법원 시계탑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재판부는 권 변호사를 현 단계에서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항소 취하 간주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을 이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 효력을 다투는 게 쟁점”이라며 “법률적 쟁점에 대한 검토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6월 24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하고, 선고 전까지 법리 검토를 거쳐 증인신문 필요성이 인정되면 추가 기일을 통지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소송 대리인의 불출석 행위는 매우 잘못된 것이고, 관련 손해배상 소송 판결에서도 (권 변호사의 불출석 행위의) 위법성이 중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원고 측이 증인을 신청한 심정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씨는 이 사건에서 패소한 뒤 권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1심은 권 변호사와 그의 소속 법무법인에 5000만원 배상을, 2심은 6500만원 배상을 선고했다. 권 변호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오는 29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서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