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0일 한국인이 탑승한 가자 구호선단을 이스라엘군이 나포한 데 대해 “자원봉사 가겠다는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체포해서 감금했다는데 이게 타당한 일이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체포영장 발부를 검토하라고도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너무 비인도적이고 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의 중동전쟁 관련 재외국민 보호 방안을 보고받은 뒤 “(나포한) 법적 근거가 뭐냐. 거기가 이스라엘 영해인가”라며 “(선박이 향하던)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관계없는 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에 따르면, 이스라엘 해군은 이날 새벽 KFFP 소속 김아현씨와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빅토르 리가 탑승한 선박을 나포했다. 앞서 지난 18일 이스라엘 해군에 붙잡힌 ‘키리아코스X’호에 탑승했던 한국인 활동가 김동현씨는 체포된 상태라고 전했다.
회의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영해는 아니지만, 가자 지역 전체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남의 나라 침략해서 전투 중이니까, 교전하면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잡아가고 그래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 영해가 아니면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 국민을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잡아간 것 맞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체포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다”며 “유럽의 거의 대부분 국가들은 체포영장을 발부해 국내로 들어오면 체포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위 실장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렇지는 않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제가 보니까 상당히 많다. 우리도 (체포영장 발부를) 판단해 보자”고 주문했다. 2024년 11월 국제형사재판소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유럽 일부 국가는 “ICC 법규에 따를 것”(프랑스 외무부 공보담당자), “법적 의무이기 때문에 체포할 것”(이탈리아 국방장관)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대로 미국 백악관은 ICC 결정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성명을 통해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12월 체포영장 발부에 관여한 ICC 판사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명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 발언이 한·미 관계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ICC 관련 사항은 상황에 대한 이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실용외교’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가자지구는 하마스 때문에 준(準)전시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이곳을 향해 오는 정체 모를 배에 대해 이스라엘도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스라엘에 나포된 한국인이 풀려나는 과정에서나, 첨단기술 분야의 한·이스라엘 기업 협력 모두에 이번 발언이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일제히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외교는 철없는 활동가의 감정 분출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초고난도 국제분쟁을 국내 정치식 선악 구도로 접근한 것은 매우 경솔한 처신”이라고 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자중자애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