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아래 사진)의 ‘어셈블리 홀’. 마을회관을 배경으로 ‘중세 재현 동호회’라는 설정을 통해 공동체의 본질을 탐구했다. [사진 LG아트센터]
“공동체는 왜 이렇게 연약한가. 그런데도 우리는 왜 연결을 갈망하는가”
캐나다 출신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가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을 통해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해 영국 최고 권위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받은 ‘어셈블리 홀’은 다음 달 5~7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올리비에상을 5번 수상한 세계적인 안무가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1세기 무용 천재”라고 극찬한 파이트는 처음 한국을 찾는다. 6년 전 내한하려 했지만 당시 팬데믹 여파로 무산됐다. 파이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디어 한국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돼 안도감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크리스탈 파이트. [사진 LG아트센터]
‘어셈블리 홀’은 마을회관이 배경이다. 파이트는 “마을회관은 결혼식, 졸업식 등 수많은 삶의 통과의례가 벌어지는 장소”라며 “익숙하고 사소해 보이는 풍경 속에서 공동체의 균열과 연대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중세 재현’이라는 특이한 취향을 공유하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보인다. 이런 마을회관을 파이트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묘사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 종교 등의 구조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 왔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연약한지도 경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파이트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연결과 일체감을 갈망한다”라며 “불완전함과 혼란 속에 어떻게 공동체의 이상과 연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이 작품이 탐구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무대는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파이트는 “사람들이 하나의 시간과 공간에 모여 진지하게 예술 작품을 경험한다는 것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라며 “이런 경험은 사람들을 고립시키려 하는 수많은 힘에 대한 작은 저항으로 느껴진다”라고 했다.
파이트는 언어를 작품에 적극 활용한다. 녹음한 대사를 무용수들이 립싱크와 몸짓으로 표현한다. 그는 “언어는 새로운 안무 영역을 열어줬고, 관객과 소통하는 통로가 됐다”라며 “언어와 움직임의 관계는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와 닮았다. 언어와 행동 사이에서 종종 벌어지는 미묘한 어긋남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현실과 세계를 탐구할 수 있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파이트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이 2002년 창단한 무용단 ‘키드 피봇’과 함께한다. 그는 관객들에게 “나와 무용단이 전하는 이 작품 속 사랑과 희망을 느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