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AI경쟁 속 총파업 볼모…“공급망 리스크 키워”

중앙일보

2026.05.20 08:32 2026.05.20 13:3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노조원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투표를 한다. [뉴스1]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노조원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하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투표를 한다. [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오후 10시30분쯤 임금·성과급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총파업을 예고한 지 1시간 전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지만, 노조 측의 과도한 보상 요구로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총파업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 끝에 성과급 제도 개선과 노사 협의체 운영 강화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1일로 예정됐던 총파업은 철회했다.

이번 협상은 결렬될 경우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이 컸다. 특히 삼성전자 노조가 부문과 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 직원 동일 기준의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사업별 수익성과 경쟁 환경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인 성과급 체계를 요구한 것은 기업 경영 현실과 시장 원리를 외면한 주장이라는 비판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 총파업 가능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것 자체가 무책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생산 차질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가 핵심 산업을 담당하는 기업 노조가 시장 충격을 볼모로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갈등은 삼성 내부 조직문화 변화 필요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노조의 과도한 보상 요구와 강경 투쟁 방식이 산업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젊은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보상 체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사업 구조와 실적 차이를 무시한 획일적 보상 체계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 대기업 노조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 경쟁과 투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강경 파업과 획일적 보상 요구가 반복되며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기업의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 협상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며 “노조 역시 단기적인 보상 확대 요구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신뢰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이 남긴 상처 치유도 부담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모바일·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노조와 DS부문 중심 노조 간 갈등 양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성과가 저조한 DX부문은 성과급은커녕 비용 절감이 가장 큰 현안이다.





박영우.이영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