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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중·러 신연대, ‘캠프 데이비드 체제’로 대응해야

중앙일보

2026.05.22 08:34 2026.05.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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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중 후 시진핑 방북 임박, 북·중·러 연대 강화



한·일, 셔틀외교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 주도해야



‘제2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3국 정상회담 추진하길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상황이 긴박한 변화를 맞고 있다. 우선 지난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대등한 G2 국가임을 천명한 중국의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중·러 관계를 ‘진일보한 전면적 전략 협조 강화 관계’로 업그레이드했다. 다음 주엔 시 주석이 2019년 이후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러시아는 올해 들어 더욱 강하게 결속하고 있다. 지난 4월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국방장관은 2027~31년 북·러 상호 군사협력 계획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2025년 중국 전승절 행사에 3국 정상이 나란히 선 것이 상징적 행보였다면, 2026년판 북·중·러 연대는 실질적인 협력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한·미·일 협력체제를 상징하는 ‘캠프 데이비드 체제’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여러 이유로 정체에 빠져 있다. 지난해 한·일은 트럼프 정부의 통상·안보 압박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올해 들어선 미국의 ‘동맹 방기(abandonment)’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증폭된 중·일 갈등에 미국이 보인 방관자적 태도와,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후 대만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 칩으로 삼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의 안보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핵 위협에 노출된 한·일의 안보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일의 ‘동병상련 연대’가 심화·발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주 다카이치 총리의 방한으로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격상됐다. 일본의 보수와 한국의 진보 정권이 지정학적 불안정의 고조와 경제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용적 결단을 내린 결과다. 이제 한·일 양국은 지난 1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북·중·러 연대 강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확립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키를 쥐고 ‘동면’ 상태인 ‘캠프 데이비드 체제’를 깨워내 한·미·일 협력을 생동감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방편일 수 있다. 올해 적절한 시점에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는 이런 시점에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과의 갈등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당장 할 일 중 하나는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통상 분야 협력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6월 18일 대미투자특별법 발효를 계기로 1호 대미 투자프로젝트를 확정해 그간 쌓였던 오해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합의한 한국의 원자력잠수함 건조와 농축 및 재처리를 위한 후속 조치도 속도감 있게 이행돼야 한다. 두 가지 합의는 우리의 안보 자강을 위한 핵심 요소다. 통상·안보 분야의 합의 이행에 탄력이 붙어야 양국 간 신뢰가 쌓이게 되고 사실상 한국군이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전시작전권 전환도 정부가 희망하는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

최소 수십년간 지속될 미·중 패권 경쟁,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북·중·러 연대 시대를 맞아 한·일이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을 통한 국가 생존과 발전의 청사진을 함께 고민하기를 제안한다. 한·일 협력 관계의 새 장을 연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중장기 협력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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