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휴전 연장 합의에 근접하면서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협상은 질서 있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기 때문에 서둘러 합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가 도달되고, 인증되고, 서명될 때까지 봉쇄는 완전한 효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다양한 다른 국가 간 협정이 대체로 협상됐고 최종 확정만 남았다.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는 전날(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는 차이가 있다. 협상 진전엔 낙관적이면서도 호르무즈해협 통제권과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처리 등 민감한 쟁점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정상들과 통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정상이 트럼프에게 ‘지역 전체 이익을 위해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통화했다며 “매우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24일 악시오스 등은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휴전을 연장하는 양해각서(MOU) 형태의 합의안에 서명하는 것이 임박했다”며 “여기엔 이 기간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이란 원유 수출 재개가 이뤄지고, 핵 프로그램 등 핵 문제를 협상해 나간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
이란 핵 때문에 공격한 트럼프…‘핵은 미뤄둔’ 합의 임박
이란도 협상 진척을 부인하지 않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이란 국영TV 인터뷰에서 “이번 초안은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일종의 기본합의”라며 “전쟁 종식에 필요한 주요 사안을 먼저 담고, 30~60일의 합리적 기간 안에 세부사항을 논의해 최종 합의에 이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MOU 초안에는 양측이 일단 휴전 연장에 합의한 후 이란이 먼저 해협을 개방하고 기뢰 제거에 협조하면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풀고 석유 판매 금지 등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해협이 곧 개방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의 관리하에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 문제 역시 후속 협상의 의제로 남겨뒀다. 악시오스는 초안에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약속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폐기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핵 문제가 당장 협상 대상에 오른 건 아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협상안이 전쟁 종료, 호르무즈해협 위기 해결, 더 넓은 합의를 위한 30일 협상 창구 개설 등 3단계로 이뤄져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당장 타결이 불가능한 핵심 쟁점으로 보고 마지막 단계로 미뤄놨다는 의미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채 당장의 종전을 위한 MOU에 서명할 경우, ‘이란의 핵 무장 저지’라는 전쟁의 명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 핵프로그램 해체를 확약했다는 외신 보도도 이런 부담을 보여준다.
이란의 계산도 복잡하다. 전쟁 피해를 줄이고 경제를 회복해야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군사행동을 막는 마지막 협상 지렛대인 고농축 우라늄을 순순히 내줄 처지가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1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무기급인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 동결자산 해제의 시점과 보장 방식도 변수다. 이란 입장에선 휴전 연장에 응하더라도 실제 자산 해제가 뒤따르지 않으면 미국의 시간벌기에 말려들 수 있다는 불신이 크다. 타스님뉴스는 “이란은 합의 첫 단계에서 특정 액수의 동결 자금이 해제되지 않고, 나머지 동결 자금의 안정적 해제를 보장하는 명확한 메커니즘이 확정되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