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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경찰, 마흔에 돌연 출가…‘골반 튕기는 GD 스님’ 된 사연

중앙일보

2026.05.24 13:00 2026.05.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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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자재암에서 덕산스님이 ‘마이클 잭슨’ 춤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곽주영 기자

지난 22일 자재암에서 덕산스님이 ‘마이클 잭슨’ 춤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곽주영 기자

민머리 위에 반짝이는 검정색 중절모가 얹혀 있다. 오른팔엔 검정색 완장이, 오른손엔 검정 장갑을 끼고 있다. 이 손으로 모자를 잡고 반대 손은 허리춤에 놓은 후, 앞뒤로 골반을 튕기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Billie Jean)’ 춤 동작을 재연해 보이는 남성.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자재암의 주지 덕산스님(62)이다.

지난 22일 자재암에서 만난 덕산스님. 곽주영 기자

지난 22일 자재암에서 만난 덕산스님. 곽주영 기자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그는 일명 ‘지드래곤 스님’으로 불린다. 지난 4월 불교박람회에서 가수 지드래곤의 춤을 춰서 큰 화제가 되어서다. 지난 16~17일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연등회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춤을 선보인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자재암에서 만난 덕산스님은 춤을 추는 이유에 대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절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친구들을 보기가 어렵다”며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고 싶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민해보다 춤을 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스님의 춤을 접한 청년들은 “살다살다 스님이 춤추는 걸 다 본다” “힙한 건 불교다. 진정한 K-스님이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 22일 덕산스님이 자재암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곽주영 기자

지난 22일 덕산스님이 자재암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곽주영 기자


과감한 동작과는 상반된 스님의 진중한 표정은 ‘지드래곤 스님’의 또다른 인기 포인트다. 일부러 굳은 표정을 짓는 ‘컨셉’은 아니다. 스님과 함께 무대 뒤 ‘백댄서’로도 참여하는 지성화(62) 종무실장은 “스님이 틀리지 않으려고 신경 쓰다 보니 집중하시는 표정이 나오는 것 같다”며 “마치 염불 욀 때의 얼굴 같다”고 했다.

스님의 영상이 큰 호응을 얻었지만, 일각에선 그의 파격적인 모습을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덕산스님은 “각자의 관점이 있는 것”이라며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몇 춤 동작에 대해 “너무 춤이 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스님은 이에 대해서도 “춤은 춤이고, 동작은 동작일 뿐”이라며 “자신의 ‘마음의 창’에 따라 각자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덕산스님이 ‘생식’을 하기 위해 미나리, 야생 민들레 풀, 당근 등을 즙으로 짠 후 소량의 소금을 넣어 주스를 만들고 있다. 곽주영 기자

덕산스님이 ‘생식’을 하기 위해 미나리, 야생 민들레 풀, 당근 등을 즙으로 짠 후 소량의 소금을 넣어 주스를 만들고 있다. 곽주영 기자


올해 속세 나이로 62세가 된 덕산 스님은 매일매일 사찰 업무뿐만 아니라 춤 연습까지 소화하지만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는다. 쌀밥같이 불을 쓴 ‘화식(火食)’은 불가피한 외부 일정이 있을 때 먹는다. 대신 미나리, 당근 등 생채소를 즙으로 짜 만든 주스를 하루에 3~5잔을 마시며 생활하는 ‘생식(生食)’ 수행을 한다. 스님은 “자연 그대로의 것을 먹어야 몸도 가벼워지고 에너지도 생긴다”며 “가끔 사찰로 일을 도와주러 오는 군인들도 감탄할 정도로 체력이 좋다”고 말했다.

출가 전 덕산 스님의 경찰대 재학 시절의 모습. 사진 자재암 제공

출가 전 덕산 스님의 경찰대 재학 시절의 모습. 사진 자재암 제공


덕산스님은 출가 전 경찰로 일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40살에 출가했다. 경찰대 3기 졸업생으로, 출가 전엔 방배경찰서 수사계장으로 근무했다. 출가는 일주일 휴가를 받아 우연히 지금 주지로 있는 자재암으로 떠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스님을 따라 108배를 하고 예불을 하다 다시 회사로 복귀했는데, 왠지 모르게 동료들이 다 보는 사무실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고 했다. “편하게 울만큼 울면 눈물이 멎지 않을까” 싶어 한 달 동안 휴직하고 전국 사찰을 순회했다. 스님은 그때의 눈물이 “참회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스님은 “과거에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상처부터 상처를 줬던 미안함, 앞으로의 미래 등이 생각나며 눈물로 ‘업장 정화(과거의 업과 고통이 씻겨 나가는 것)’가 일어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결국 ‘김호철’(덕산스님의 속세 이름)씨는 마흔에 출가를 결심하고 절로 향했다. 기독교 집안이었고, 부모님은 경찰대를 졸업한 자랑스런 아들이 경찰서장까지 되길 기대하셨던 터라 충격이 크셨다. 하지만 스님은 “설득하고 허락받을 필요 없이, 각자의 길이고 내 선택이었다”고 했다.

자재암 대웅전 앞에서 덕산 스님의 모습. 곽주영 기자

자재암 대웅전 앞에서 덕산 스님의 모습. 곽주영 기자


춤으로 수행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덕산 스님의 다음 목표는 방황하는 이들을 보듬는 것이다. 스님은 “나는 춤꾼이 아니다”라며 “결국 길을 잃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고, 힘든 이들을 어떻게 더 평화롭게 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에게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춤 역시 내게는 도전이었고 두려운 길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며 “고통 속에서 사람은 성숙해지고 교만은 깎여나간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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