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데이비다스 마툴리오니스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2일 방한 인터뷰에서 “한국산 무기 모든 것(everything)에 관심이 있다”면서 “리투아니아 시장은 유럽 시장의 또 다른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다스 마툴리오니스 리투아니아 국가안보보보좌관이 22일 서울 중구 리투아니아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과 면담 차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중구 리투아니아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우리는 올해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렸고, 예산의 절반은 2030년 육군 강화를 비롯한 국방력의 현대화에 사용할 것”이라며 “이는 무기·탄약· 장비 조달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빠르게 국방력을 현대화 해야 하고, 이와 관련해 한국 생산자들은 인도 시기를 엄격하게 준수하며 이는 강력한 비교 우위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는 방산·경제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내년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의 한국 공식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마툴리오니스 보좌관은 “한국은 방위 산업 발전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 중 하나로 이미 한국과 계약을 맺은 인접 국가들이 있다”면서 “리투아니아의 진출은 유럽연합(EU) 시장의 진출을 의미하며, 한국과 나토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 가운데 처음으로 천무 다연장로켓포 발사대 6문, 미사일 3종 총 3억 유로(약 5200억원)을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리투아니아는 인구는 약 270만이지만, 1인당 GDP는 3만 6000달러(올해, 국제통화기금 기준)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벨라루스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부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잠재적인 나토 침략에 대한 위기감도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올해 초 국가 안보 전략을 다시 짰다. 의무 징집 제도를 부활하고,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 총생산(GDP)의 5~6% 늘려 군을 현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리투아니아에 보병전투차량(IFV), 비호복합 등 단거리 대공 무기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인접국인 폴란드·에스토니아·노르웨이·루마니아는 앞서 K9 자주포와 K2 전차, 다연장로켓체계(MLRS) K-239 천무 등을 도입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트 3국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하이마스) 도입을 앞다퉈 요청해 왔는데, 하이마스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산 천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툴리오니스 보좌관의 방한 직전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수도 빌니우스에선 자폭드론 공습 경보가 있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 요인들이 벙커로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마툴리오니스 보좌관은 “당초 러시아 북부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의 전자전으로 길을 잃고 우회한 것으로 파악했다”라면서 “리투아니아 군의 방공 레이더는 비행 고도 300m 이상은 전 국토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 이하 저고도로 들어오는 드론에 대한 진입 탐지·요격 체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다스 마툴리오니스 리투아니아 국가안보보보좌관이 22일 서울 중구 리투아니아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폴란드에 유럽 주둔 미군 50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폴란드를 위해 잘 된 것이며, 우리도 미군이 계속 주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리투아니아에는 14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합리적인 요청에 따라 우리도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으며, 미국에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한 작전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면서 “리투아니아에서 소비되는 가스의 70%는 미국산 LNG”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유럽에 대한 ‘방기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자국의 안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더 많은 미군이 장기 주둔하기를 희망하는 리투아니아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지속 중인 북·러 군사 협력에 관해 그는 “북한을 전쟁의 주요 조력자 중 하나로 간주하며, 그들은 이 공격적인 정책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사회는 이를 매우 강력하게 비난해야 하며, (북·러 협력을)가능한 한 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