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거 독재정권에서 고문이나 간첩 조작으로 포상을 받은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 서훈을 취소하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섰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1955~2026년 받은 훈·포장, 표창 2만여건의 공적 사유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상훈법상 공적이 거짓이거나 징역 1년 이상의 형이 확정됐다면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 제의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된다.
법무부는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수록된 검사, 수사관들부터 취소 대상자에 해당할지 우선으로 검토 중이다. 열전은 성공회대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집필한 책으로, 검사 총 49명이 고문·간첩 조작에 관여했다고 수록돼 있다. 이 중 30명이 54개 훈·포장,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열전에 따르면 고(故) 최명부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1986년 “중요 공안사건 수사를 통해 국가 보위와 사회 안정에 기여했다”며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최 전 부장은 1974년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을 담당했다. 당시 북한 지령을 받아 반정부활동을 한 혐의로 고 김태열씨가 사형을 선고받아 1982년 집행까지 됐으나, 지난해 4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공안통으로 꼽히는 고 이규명 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장도 1972년 재일 조총련계 학생 국가 전복기도 사건을 수사한 공로로 1984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당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도 지난해 4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열전엔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수록돼 있다. 김 전 실장은 3등급, 2등급, 1등급에 해당하는 홍조·황조·청조 근정훈장을 각각 1973년, 1987년, 1990년에 받았다.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2024년 징역 2년이 확정됐다. 1987년 경찰의 시신 화장을 막고 부검을 지휘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힌 최환 전 부산고검장도 1986년 건대 사태 때 대량 구속사건을 지휘했다는 등 이유로 열전에 포함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2018년 고문·간첩 조작 가담으로 경찰, 국방부 등 공무원 62명 서훈을 취소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지난 1월 옛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 출신 11명 서훈이 취소됐다. 1982년 미법도 간첩 사건,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 사건 등과 관련해서다.
서훈이 취소되면 국가유공자로서 누리던 예우 수당, 보훈병원 치료비 감면, 학습 보조비 지급, 자녀의 입시 특별전형 자격 등 혜택이 박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