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강령서 ‘통일’ 표현 삭제…北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수용
중앙일보
2026.05.25 20:45
26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제26차 전체대회가 23~24일 일본 도쿄 조선문화회관에서 열렸다. 허종만을 총련 중앙상임위원회 의장으로 재선출했다. 뉴스1
재일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단체의 핵심 지향점이었던 '통일' 관련 표현을 일제히 삭제했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 조항을 걷어낸 북한의 최근 '두 국가' 기조를 그대로 수용한 조치다.
26일 북한 관영 매체와 재일 조선신보 등에 따르면 조총련은 지난 23~24일 도쿄 조선문화회관에서 제26차 전체대회를 열고 이 같은 방향으로 단체 강령을 개정했다. 조총련이 강령을 손본 것은 22년 만이다.
새 강령과 박구호제1부의장의 대회 보고서에는 과거 단골 기치였던 ‘자주적 평화통일 성취’나 ‘6·15 공동선언 존중’ 등의 문구가 전면 삭제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 강령에 명시됐던 연방제 방식의 통일이나 남·북·해외 동포 간 유대 강화 조항이 이번 개정 과정에서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일 한국인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의 연대·협력 방침도 폐기됐다. 4년 전 대회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민단을 비롯한 동포들과의 결속을 지시하고 조총련도 이에 호응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류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못 박았다. 최근에는 통일 표현을 삭제하는 개헌까지 마쳤다.
조총련의 이번 행보는 본국의 대남 적대 노선을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다만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대회 개최 사실을 보도하면서도 통일 문구를 삭제한 구체적인 강령 개정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총련은 향후 4년간 단체를 이끌어갈 주력 과업으로 통일 운동 대신 ‘동포들의 권익 옹호’, ‘새세대 육성’, ‘민족성 고수’를 3대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박 부의장은 “우리를 둘러싼 정세가 엄혹한 만큼 민족 교육 등 재일동포들의 권리를 지키는 투쟁은 한 치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며 “내부 결속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조직을 이끌어온 허종만 의장이 총련중앙상임위원회 의장으로 재선임됐다.
1955년 출범한 조총련은 한때 북한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동포 사회의 세대교체 등이 맞물리며 과거에 비해 조직 위상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