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북대 피지컬AI 실증랩에서 연구진이 AI 로봇팔의 작동 방식을 조정하며 테슬라 차량에 들어가는 운전대 조립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장정필 프리랜서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북대 창조2관의 피지컬 AI(인공지능) 실증랩. 산업용 AI로봇팔이 테슬라 차량의 운전대를 스스로 조립하고 있었다. 이 로봇팔은 현대차 코나 등 다른 완성차 업체의 운전대도 스스로 학습한 동작에 따라 조립했다.
전북대가 전북 완주의 자동차 부품 기업 DH오토리드와 함께 진행 중인 연구다. 테슬라 등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이 지역 기업의 운전대 조립 과정을 차종별 작업을 학습한 AI로봇팔로 대체하는 게 목표다. 특정 제품만 반복 생산하는 기존 자동화와 달리, 동일한 로봇팔로 다양한 차종에 맞는 부품을 생산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탁명환 실증랩 팀장은 “대학 연구실이 지역 기업의 현장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의 작업을 학생과 연구진이 함께 익히고 실험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와 글로벌 기업의 접점은 다른 분야에서도 확대 중이다. 지난 4월엔 유럽의 방산기업 탈레스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첨단방산학과 학생들은 탈레스의 장학금과 멘토링, 인턴십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됐다. 글로벌 방산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지역 국립대에서 육성하는 구조다. 양오봉 총장은 “학생들이 글로벌 산업 현장을 이해하고 진로를 설계할 기회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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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립대 두드리는 글로벌 기업
전북대만의 변화가 아니다. 지역 거점국립대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접점을 넓히며 교육과 연구의 외연을 키우고 있다. 기업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캠퍼스로 들어와 학생, 연구자들이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익히고 개발하는 데 도움 주고 있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전남대 첨단캠퍼스에서 반도체 기업 엠코테크놀러지가 지원한 장비를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가운데)과 이근배 총장(왼쪽)이 둘러보고 있다. 김민상 기자
전남대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앰코테크놀로지 등으로부터 패키징 핵심 단계인 후공정 장비 31대를 기증받았다. 스위스계 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오토폼도 600억원 상당의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기증했다.
전남대는 앰코 장비를 학생 실습과 기업 공동연구에, 오토폼 소프트웨어를 학부생·대학원생·재직자 대상 제조DX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조성준 전남대 기획처장(화학공학부 교수)은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서 쓰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대학에서 접하고, 기업은 대학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앰코 직원들을 겸임교수로 강의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한 상태다. 이준기 전남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신소재공학부 교수)은 “실전에서 온 사람들이 대학에서 강의하면 학생들 눈이 또렷또렷해진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 예산이 지원된다면 산업 현장을 아는 고급 인력을 영입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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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넘어 장비·인력까지 대학 안으로
충남대는 글로벌 분석장비 기업이 대학 안에서 학생들과 함께 연구·실습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대학 연구공간에 들어와 학생 교육, 공동연구, 실습을 함께 하는 구조다.
먼저 미국 분석장비 기업 애질런트가 공동 연구·교육 공간을 연다. 의약품의 품질평가와 공정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충남대는 일본 시마즈, 미국 사이엑스, 독일계 사토리우스 등과도 공동 연구공간도 추진하고 있다.
학교 측은 글로벌 기업 장비로 실습한 학생들이 인턴십, 기술인증 교육까지 경험하는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김재한 충남대 기획처장은 “기업이 대학 안에서 함께 교육하고 연구하며 인재를 길러내는 모델”이라며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역거점국립대가 글로벌 기업이 오고 싶어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