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총장직무대행 박진호) 오상호 교수팀이 삼성전기와 공동연구를 통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핵심 소재의 첨가제 위치와 비율을 정량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MLCC는 스마트폰·전기차·전자기기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이 부품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바륨타이타네이트(BaTiO3) 같은 세라믹 소재에 첨가 원소를 넣어 전기적 특성과 신뢰성을 조절해야 한다. 같은 첨가제라도 결정 구조 안에서 바륨(Ba) 자리와 티타늄(Ti) 자리 가운데 어디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소자 특성이 달라진다. 이번 연구는 희토류 첨가제인 디스프로슘(Dy)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원자 단위 주사투과전자현미경-X선 분광 분석(STEM-EDS)을 활용해 첨가제 위치를 관찰했다. 기존 분석은 전자빔이 특정 원자 열을 따라 집중되는 ‘채널링’ 현상 때문에 측정값이 왜곡되는 한계가 있었다. 원자 단위 관찰은 가능했지만 정확한 수치로 정량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실험과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자빔이 각 원자 자리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X선 신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계산해 측정값 왜곡을 보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실제 MLCC 소자의 BaTiO3 결정 단면에서도 첨가제가 어떤 원자 자리를 얼마나 점유하는지 분석할 수 있는 정량 분석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이 이 분석법을 산업용 MLCC 시료 3종에 적용한 결과 디스프로슘은 바륨 자리와 티타늄 자리를 모두 점유했지만, 바륨 자리에 들어가는 비율이 티타늄 자리보다 약 2배 높았다. 전기 전도 특성 분석에서는 소자 성능 차이가 첨가제 위치뿐 아니라 첨가제 양, 결정 내부 미세구조에서의 분포 범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상호 KENTECH 교수는 “이번 연구는 MLCC 핵심 소재에 들어간 첨가제가 실제로 어느 원자 자리를 얼마나 점유하는지 원자 단위로 정량 분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며 “전자빔 채널링 왜곡을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과 보정 기법으로 해결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정혜진 삼성전기 연구원은 “MLCC 개발 현장에서 첨가제 거동을 정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분석 기반을 마련했다”며 “고신뢰 MLCC 설계는 물론 다양한 기능성 산화물의 도핑과 결함 화학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MLCC 분야에서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원자 단위 첨가제 정량 분석’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석법은 앞으로 MLCC와 다른 기능성 산화물과 차세대 전자재료에서 첨가 원소의 위치와 농도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Acta Materialia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