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약처장이 26일 오후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식약처 제공
정부가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신기술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기간을 100일 이상 대폭 줄인다. 허가·심사 인력을 늘리고 기존 순차 심사를 동시·병렬 심사로 바꿔, 신약 등을 240일 안에 허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바이오시밀러·신기술의료기기 허가심사 기간 단축을 위한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방안’을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신속한 허가심사를 통해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허가 전부터 신청 이후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다. 식약처는 먼저 업체가 허가 신청 자료를 미리 점검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허가 경험이나 규정 이해도에 따라 자료 누락이 발생했고, 보완 과정에서 허가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체크리스트에는 안전성·유효성, 품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임상시험 관리기준(GCP), 위해성 관리계획(RMP) 등 분야별로 신청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이 담긴다.
허가 신청 이후 심사 방식도 바뀐다. 식약처는 허가·심사 인력 195명을 새로 채용해 심사 항목별 전담팀을 꾸려 동시·병렬 심사를 진행한다. 기존에는 제한된 인력이 방대한 자료를 순차적으로 검토해 심사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업체도 보완 사항을 한꺼번에 통보받아 자료 준비에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는 접수 후 25일 차부터 품질, 안전성·유효성 등 분야별 1차 검토 의견을 수시로 제공한다. 기존 의약품 심사에서는 허가 접수 후 87일 차에 공식 1차 보완 의견이 나갔지만, 이를 25일 차부터 앞당겨 제공한다. 의료기기도 기존 65일 차 공식 1차 보완에서 25일 차 1차 수시검토로 바뀐다. 업체는 부족한 자료를 더 빨리 확인하고, 준비가 끝나는 대로 보완 자료를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1차로 확보된 195명이라는 신규 인력을 안전과 관련된 자료 검토 등에 증강 배치해 보다 면밀하게 보면서도 신속한 허가·심사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며 “이번 혁신방안을 통해 신약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이나 희귀질환자께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에게 허가까지의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허가·심사 혁신을 통해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보다 빠르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허가 기간 단축이 심사 현장의 속도 압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성 검증과 사후 관리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약과 신기술의료기기는 허가 당시 확인되지 않은 위험이 실제 사용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만큼, 빠른 허가와 함께 이상사례 감시, 조건부 허가 관리, 허가 후 재평가 등 사후 안전관리 체계를 촘촘히 갖추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