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후 두 달이 지나면서 관련 분쟁이 ‘2라운드’인 재심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접수된 개정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관련 재심 사건은 총 10건이다. 포스코·인천국제공항공사·중흥건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이 재심 절차에 돌입했다. SK에너지는 사측과 노측이 모두 재심을 신청했다. 신청 주체별로는 노조가 7건, 사용자가 3건이다.
김주원 기자
현재까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초심 판정이 내려진 사건은 총 94건인데, 이 중 10% 이상이 즉각 재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관련 판정문이 5월 첫째 주부터 본격 발송되기 시작한 만큼, 향후 재심 신청 건수는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 사건이 ‘지노위-중노위-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사실상의 5심제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재심에 진입한 이상 행정소송까지 갈 확률이 높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대다수 사업장에서 산업안전 의제 하나만으로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며 “노동위가 다른 의제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기업들은 결국 기준 확립을 위해 법원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선행 사례인 HD현대중공업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
정근영 디자이너
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다툰 결과는 경영계의 우려대로 흘러가고 있다. 김소희 의원실이 개정 노조법 도입 이후 원·하청 교섭 사건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327건 중 취하(233건)를 제외하고 판단이 내려진 94건 중 원청의 사용자성이 부정(기각)된 사례는 사실상 7건에 불과했다. 90%가 넘는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그나마 사용자성이 부정된 곳은 중흥건설·중흥토건·화성시·울산광역시·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인데 민간 기업은 건설사 2곳이 전부다.
법조계에서는 원청의 법적 의무 이행이 역설적으로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충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근 일부 결정서들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비 책정이나 안전교육 이수 관리 같은 원청의 당연한 법정 의무 이행조차 실질적 지배력의 근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최근 “사측은 일단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면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영계에선 “현장을 모르는 안이한 인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대기업의 노무 담당자는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앉는 순간 단순한 대화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교섭 과정에서 노조 요구를 거부하면 자칫 부당노동행위로 몰려 경영진이 형사 처벌 리스크를 지게 되고, 교섭 결렬 시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장에서 합법적 파업(쟁의행위)을 벌일 수 있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