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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의 마음 읽기] 휴휴(休休)에 대하여

중앙일보

2026.05.26 08:06 2026.05.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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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

문태준 시인

텃밭 가에 심은 석류나무에 꽃이 피었다. 이웃이 준 어린 묘목을 심었는데, 키가 꽤 커졌고, 올해 처음으로 꽃이 피었다. 다홍빛 꽃이 여럿 피었는데, 꽃의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꽃이 피면 지기 마련이지만, 금방 질 것 같지 않고, 시월의 붉은 석류 낱알처럼 단단한 인상을 준다. 텃밭에는 여러 종류의 모종을 심었는데, 올해는 성장이 더디고, 또 대개는 살리지 못해서 오일장에 가서 모종을 새로 사서 심었다. 방울토마토며 오이 모종 등을 파는 가게 주인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모종을 다시 사 갔다고 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서 모종이 적응을 못 한 탓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아침저녁 기온이 제법 쌀쌀했다. 작년에는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일이었다.

삶의 고난 노래한 찬불가에 눈물
나는 집착에 흔들리는 꽃 아닌가
헐떡이는 마음 쉬고 또 쉬게 해야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정원과 밭의 일은 바빠지고 있다. 풀을 뽑는 일에 몸과 마음이 쏠리고 있다. 어제오늘에는 풀을 뽑고 있으니 옷이 땀에 젖고 풀모기가 물어서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그나마 정원에는 온갖 꽃이 피어 색채가 화려하고, 향내가 연신 흐르니 즐거움이 많다. 특히 요 며칠 귤꽃이 피어서 귤나무 아래에서 풀을 뽑고 있노라면 은은한 향기가 일품이었다. 귤꽃 향기를 어떤 오목한 용기에 담을 수만 있다면 멀리 있는 사람에게 보내주고도 싶었다. 풀을 뽑는 일이 주는 제일의 이익은 잡념이 덜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잔걱정이 많은 나로서는 그마나 이 일로 인해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차분하게 유지하는 덕을 보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해서는 어느 때보다 마음공부를 하려고 애썼다. 한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을 하시는 법회 자리에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이 심간이 편하시길 기도합니다”라고 이르셨는데, 나는 이 말씀이 간략하고 소박하지만 썩 좋은 축원이라고 여겼다. 큰 욕심 갖지 말고 몸과 마음이 편하도록 지내는 게 잘사는 일일 것이다. 또 한 식당에 갔더니 한쪽 벽에 문구를 써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오는 손님 기분 좋게 맛나게. 가는 손님 행복하게 잘 가시게”라고 쓴 문구였다. 이 문장 역시 간소하고, 또 생활에서 말을 나누듯 쓴 것이었지만 꾸밈이 없고 무던해서 마음에 들었다. 결국 마음공부가 심간이 편하고, 나도 다른 사람도 기분 좋고 행복한 그런 상태를 찾으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마음공부의 일환으로 찬불가를 듣곤 했다. 도신 스님께서 부른 찬불가 ‘보현행원’은 빠뜨리지 않고 들었다. “두 눈 어둔 이 내 몸 굽어살피사/ 위없는 대법문을 널리 여소서”라는 가사와 “이 세상의 중생을 굽어살피사/ 삼계화택 심한 고난 구원하소서”라는 가사가 의미심장했다. ‘삼계화택(三界火宅)’이란 이 세계를 비유한 것인데, 이 세계가 불타는 집과 같다는 뜻이니 번뇌가 많다는 의미이다. 이 대목을 들을 때엔 눈물이 쏟아졌다. 찬불가를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한 것일 텐데, 내 마음속에 깊은 참회와 새로운 발원이 번갈아 일어났다.

『휴휴선(休休禪)』이라는 제목의 신간을 펼쳐 읽은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틈이 있을 때마다 들여다보고 있다. ‘휴휴(休休)’는 쉬고 또 쉰다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무엇을 쉬는가. 망념을 쉰다는 것이다. 욕망과 집착, 감각적 쾌락, 분별하는 마음, 불안과 기대 등으로부터 홀가분하게 벗어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짐을 지고 있는, 아무개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이니, 그 짐을 가만히 내려놓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는 것을 책에서는 강조했다.

우리는 살면서 평안을 바란다. 걱정이나 탈이 없이 무사히 잘 있길 서원한다. 종교적인 기도의 내용도 대개는 이러하다. 어제는 작약의 꽃이 더 피어 있도록 꽃대를 지지대로 받쳐주었다. 작약의 꽃들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나를 꽃으로 여겨 얼마나 보살폈는가. 이 화창한 계절에 핀 꽃이 되도록,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꽃이 되도록 얼마나 보호했는가. 나는 망념의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꽃이 아니었을까. 헐떡이는 마음을 내려놓는, 마음을 쉬고 쉬는 휴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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