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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냄새 다른데?” 이런 명장 노하우, AI 전수 될까

중앙일보

2026.05.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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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냄새가 조금 다르다.” “압력은 정상인데 흐름이 이상하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이런 말은 단순한 감각적 표현이 아니다. 설비의 미세한 떨림과 냄새, 소리, 계절과 원료 변화에 따른 공정 반응은 오랜 경험을 쌓은 숙련자가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사고를 막는 마지막 신호이자, 이른바 ‘명장의 노하우’로 불리는 산업 안전의 핵심 자산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이같은 숙련 기술의 단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현장의 암묵지(暗默知·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체화된 경험 지식)를 인공지능(AI)에 이식하는 ‘제조 암묵지 개발 사업’에 나선 배경이다.

백현학 한화토탈에너지스 기장(국가품질명장)은 2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사업장에 명장이 모두 12명 있었는데 대부분 정년퇴직해 지금은 4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백 기장은 “10년마다 해체하는 탱크는 안에 여러 번 들어가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내부구조나 위험이 있다”며 “이런 노하우들을 자체적으로 영상 등으로 남기고 있지만 모두 남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제조업 고용 고령화 국제비교’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에서 60세 이상 고령층 고용 비중은 2010년 5.4%에서 2025년 17.5%로 15년 만에 약 3.2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일본은 14.2%에서 16.6%로 1.2배 늘어나는 데 그쳤고, 독일도 5.1%에서 12.8%로 약 2.5배 증가했다. 제조업 강국 중 고령화 속도만 놓고 보면 한국이 가장 빠르다.

산업통상부가 자동차·조선·철강 등 10개 분야에서 제조 명장의 암묵지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고, 이를 산업 현장에 활용하는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우려와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은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사업 수행 기업이 이 성과를 독점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백 명장이 제시한 해법은 ‘노사협력형 설계’다. 백 명장은 “화학 업계는 스마트플랜트가 가장 고도화된 분야 중 하나인데, 그동안 로봇이 사람을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는 점을 경험해 왔다”며 “노사 간 끊임없는 소통도 이어져 온 만큼 대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자동차 업계 등 일부 제조 현장에서는 이러한 두려움이 더 클 수 있는 만큼, 해당 사안을 두고 노사 간 충분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작업자가 직접 참여해 AI가 학습한 암묵지를 검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숙련자의 경험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지만, 신뢰 없이 기록되면 갈등을 낳을 수 있다”며 “사람의 경험을 산업 자산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의 전환과 현장의 막연한 우려를 줄이기 위한 소통이 전제된다면 대한민국의 제조 AX 강국 달성에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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