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당뇨 황반부종 환자 늘어 치료제 진화로 손상 혈관 회복 가능 3세대 핵심 기술 한국 연구진 개발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망막 질환 치료제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 눈 건강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시력 저하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독립적인 생활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건 시야가 왜곡되거나 중심부가 흐려지는 증상이다. 자칫 실명을 부르는 습성 황반변성이나 당뇨 황반부종의 신호일 수 있어 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두 질환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 이를 뇌로 전달하는 망막에 발생한다. 이 중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 노폐물이 쌓이는 건성 황반변성과 달리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면서 출혈과 부종이 발생하고 시(視)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노화 등으로 야기되며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휘어져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시야 중심부가 보이지 않는 중심 암점을 겪기도 한다.
당뇨 황반부종은 당뇨 합병증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혈액 성분이 새어 나와 황반(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얇은 신경 조직)이 부어오르는 질환이다.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이 손상되기 때문에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야 중심이 흐려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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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 9년 사이 2배로 증가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두 질환의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당뇨 황반부종 포함) 환자 수는 2013년 41만7562명에서 2022년 80만3959명으로 9년 새 약 2배로 증가했다.
특히 황반변성은 같은 기간 환자 수가 약 3배나 늘었다.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성인 유병률이 0.9% 수준으로 집계되지만, 당뇨병 환자의 정기 망막검사 수검률이 26~30%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당뇨 유병률 증가에 따라 관련 환자 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당뇨병연맹(IDF) 등은 전 세계 당뇨 황반부종 환자 수가 20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급증과 맞물려 관련 치료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습성 황반변성과 당뇨 황반부종 치료제는 VEGF(혈관내피성장인자)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주기적으로 안구 내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로슈의 루센티스가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포문을 연 뒤 관련 치료제는 기술 발전에 따라 크게 1~3세대로 진화했다.
1세대 치료제로 꼽히는 건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2011년 출시한 아일리아(Eylea)다. 아일리아는 VEGF 단독 억제로, 기존보다 늘어난 투약 주기(최대 8주 1회)를 무기로 시장을 선점,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약물 반열에 올랐다. 안구에 반복적으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치료 특성상 투약 간격을 늘려 환자 부담을 줄인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아일리아는 2024년에만 글로벌 매출 95억 달러(약 14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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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정상화 돕는 3세대 치료제 기대감 커져
뒤를 이은 건 로슈의 바비스모(Vaby smo)다. 2022년 등장한 바비스모는 VEGF뿐 아니라 망막 혈관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안지오포이에틴2(Ang2)도 함께 억제하는 이중 항체 치료제다. 덕분에 염증, 혈액 누출, 비정상적인 혈관 성장 등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투여 주기도 이전보다 한층 길어졌다. 바비스모는 기존 1~2개월에 1회꼴이었던 안구 주사 주기를 최대 16주 1회로 늘렸다. 바비스모는 출시 첫해인 2022년 5억9100만 스위스 프랑의 매출을 기록하며 급성장해 2025년에는 41억 스위스 프랑(약 7조91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바통을 넘겨받아 3세대 치료제의 문을 연 건 MSD(미국 머크)의 MK-8748이다. MK-8748은 MSD가 2024년 인수한 안과 전문 바이오기업 아이바이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이다. 기존처럼 VEGF를 억제하면서도 혈관을 안정시키는 Tie2 수용체까지 활성화하는 게 특징이다. 손상된 혈관 내피세포를 안정화하고 미세혈관을 정상화하는 ‘복구제’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MSD는 최근 MK-8748의 글로벌 임상 3상에도 착수했다. 앞선 1/2a 상에서는 망막 내 부종과 혈관 누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이 입증됐고, 투약 12주 차에 환자들의 최대 교정시력이 개선되는 효과도 관찰됐다. 또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부어 있던 망막 두께도 얇아졌음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망막 질환 치료가 단순히 비정상 혈관의 성장을 억제하는 단계를 넘어 손상된 혈관의 기능까지 회복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렇게 될 경우 MSD의 3세대 치료제가 새로운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차세대 블록버스터 후보로 떠오른 MK-8748의 뿌리에 한국 연구진의 기술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서울대 출신인 한상열 박사는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으로부터 Tie2 수용체를 자극하는 항체에 대한 전용 실시권을 확보한 뒤 미국 보스턴에서 인제니아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이후 해당 기술에 항VEGF 기전을 결합한 이중 항체 IGT-427을 개발했고, 이를 2022년 아이바이오에 1조원 규모로 라이선스 아웃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MSD의 아이바이오 인수와 함께 MSD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