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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 점점 짧아져, 한발 앞서 대비해야”

중앙일보

2026.06.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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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희진 센터장
고대 의대 백신혁신센터

국내 유일 민간 백신 연구개발 기관
고위험 병원체 다루는 실험실 구축
mRNA 기반 차세대 백신 개발 집중

정희진 고대 의대 백신혁신센터장은 “감염병 연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관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보건 안보의 방패를 만드는 일”이라며 “지금처럼 평온해 보이는 시기가 오히려 미래의 위기를 막아낼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정희진 고대 의대 백신혁신센터장은 “감염병 연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관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 보건 안보의 방패를 만드는 일”이라며 “지금처럼 평온해 보이는 시기가 오히려 미래의 위기를 막아낼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스페인 독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인류는 끊임없이 감염병에 직면했다. 새로운 감염병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각국은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또 다른 팬데믹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 고대의료원은 선제적으로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 미래의학관 내 백신혁신센터에서 감염병 연구와 차세대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백신혁신센터의 역할과 미래 전략을 정희진 센터장(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들었다.



Q : 센터를 소개해 달라.

A : “2021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민간 백신 연구개발 기관이다. 센터에서는 특허 침해 우려가 없는 자체 기술로 국산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음 팬데믹 발생 시 우리 기술로 만든 백신으로 국민 건강을 지키고, 백신 접근성이 낮은 국가에 도움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Q :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A : “총 5개 부서로 이뤄져 있다. ▶바이러스 기전 연구를 맡은 혁신연구부 ▶임상 연구를 하는 개발추진부 ▶백신 접종이나 감염 후 면역 연구를 수행하는 백신면역연구부 ▶임상시험 검체를 분석하는 임상시험검체분석실운영부 ▶전체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지원부 등이다. 백신 개발 전(全)주기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과 체계를 갖췄다고 보면 된다.”


Q : 현재 핵심 프로젝트는 뭔가.

A : “차세대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이다. 국내에서는 한타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신증후군출혈열 환자가 매년 약 400명씩 발생한다. 국내 보건상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확산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고대 의대는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진단제와 백신을 개발한 고(故) 이호왕 교수의 연구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차세대 백신 개발을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감염병 대응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Q : 기존 백신과 차별점이 있다면.

A :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타바이러스 백신(한타박스)은 충분한 면역 효과를 위해 여러 차례 접종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또 국내에서 유행하는 한타바이러스에는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가 있는데, 기존 백신은 주로 한탄바이러스를 표적으로 개발돼 서울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다. 센터는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차세대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연구진은 미국 모더나와 협력해 개발한 mRNA 한타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을 실험용 생쥐에게 투여한 뒤 한타바이러스에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백신을 투여한 생쥐에서는 5일 후 폐와 신장의 한타바이러스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에 백신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폐와 신장에서 다량의 한타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 성과의 배경에는 고도화된 실험 인프라도 있다. 센터에는 200평 규모의 생물안전 3등급(BL3), 동물 이용 생물안전 3등급(ABL3) 실험실이 구비돼 있다. BL3는 호흡기를 통해 사람에게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실험실이며 ABL3는 고위험 병원체에 감염된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병원체의 특성과 면역반응 등을 평가하는 장소다. BL3가 병원체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연구의 ‘출발선’이라면, ABL3는 개발된 후보물질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험 무대’인 셈이다. 이러한 특수 실험실은 구축뿐 아니라 유지 관리에도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해 운영 가능한 기관이 제한적이다.


Q : 가장 민감하게 관리하는 부분은.

A : “항시적으로 음압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다. 실험실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내부 공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통제한다. 내부에서 발생한 실험 폐기물도 고온·고압 멸균 과정 등을 거쳐 생물학적 위험을 완전히 제거한 뒤 배출한다. 연구자의 안전과 심신 상태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다루다 보면 연구자가 느끼는 정신적·육체적 피로도가 상당하다. 잠깐의 집중력 저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구자들이 평정심을 갖고 최상의 심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힘쓴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다음 팬데믹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다시 온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실제 세계화로 인한 교류 증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야생동물과의 접촉 증가 등으로 인해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전쟁에 대비해 평소에도 국방력을 유지하고, 예기치 못한 화재에 대비해 보험을 들듯 감염병 연구 역시 위기 이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둬야 한다.”



하지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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