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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지 않는 췌장·담도 관찰할 길을 연 내시경 전문가 [Health&]

중앙일보

2026.06.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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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더스 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장


담도 내시경·금속 스텐트 개발 주도
조기 진단부터 의료기기 혁신까지
세계가 찾는 소화기 내시경 권위자

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장은 담도 내시경과 스텐트 개발을 통해 췌장·담도 분야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김은주 객원기자

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장은 담도 내시경과 스텐트 개발을 통해 췌장·담도 분야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김은주 객원기자

누군가는 이미 잘 닦인 길을 따라 걷는다. 모든 길이 처음부터 넓고 반듯했던 건 아니다. 아무도 가지 않던 곳에 먼저 발을 내디디는 사람이 있어야 새 길도 열린다. 의학의 발전도 그런 도전 위에서 시작된다.

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장(소화기내과 교수)이 걸어온 길은 후자에 가깝다. 30여 년 전 그가 선택한 췌장·담도(담관) 분야는 의사들에게도 낯선 영역이었다.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어 진단이 쉽지 않고, 치료법 역시 제한적이었다. 문 원장은 오히려 그 점에 눈길이 갔다. “미개척 분야라 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는 이유에서다.



조기 발견 어려운 췌장·담도암

문 원장은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던 췌장과 담도 분야를 파고들었다. 이후 담도 안을 직접 관찰하는 내시경 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금속 스텐트 제작에 참여하며 췌장·담도 진단·치료 영역의 지평을 넓혀 왔다. 그 결과 현재 미국과 유럽, 일본의 주요 국제학회가 먼저 찾는 세계적 권위자가 됐다. 올해부터는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사장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어려운 분야일수록 누군가는 그곳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에요.”

췌장과 담도는 소화·흡수에 필수적인 기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췌장은 소화 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하고,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곳에 암이 생겼을 때다. 췌장과 담도에 발생한 악성종양은 한 덩어리로 취급된다. 무엇보다 사망 위험이 커 치명적이다. 나란히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암 8·9위(2023년)인데, 사망률은 4·6번째로 높다.

“췌장·담도암은 모든 면에서 까다로운 질환입니다. 일단 구조가 복잡해요. 췌장은 위 뒤편 깊숙이 위치하고, 담도는 간과 췌장을 거쳐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가느다란 통로여서 병변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죠. 이상이 생겨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치료 과정에서도 작은 실수가 큰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늘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췌장·담도암의 진단 시점은 생존율과 직결된다. 얼마나 빨리 암을 발견하느냐가 치료 성적을 결정하는 것. 문 원장이 평생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에 매달려 온 배경이다. 특히 그가 주목한 건 담도 내시경 시스템이었다. 내시경을 통해 담도 안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 원장이 개발에 참여한 췌장·담도 질환 치료용 금속 스텐트. 환자 상태에 맞춰 담관이나 췌관에 사용할 수 있다.

문 원장이 개발에 참여한 췌장·담도 질환 치료용 금속 스텐트. 환자 상태에 맞춰 담관이나 췌관에 사용할 수 있다.



의료기기 개발로 진단·치료 새 지평

하지만 당시에는 담도 내시경 접근 자체가 힘들었다. 담도로 가는 길이 가늘고 급격히 꺾여 있어 일반 내시경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문 원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풍선도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풍선의 압력으로 내시경을 고정해 담도 안까지 진입시키는 방식이다.

“2009년 ‘간내 풍선을 이용한 경구적 담도 내시경 검사’를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80여 차례 시술을 적용한 결과를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발표했어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암이 될 수 있는 병변(전구암 병변)을 분류하는 방법도 찾게 됐습니다.”

문 원장의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오랜 난제였던 담도암 조기 진단의 가능성을 넓힌 사례였다. 그는 이 과정을 거창한 연구 성과로 포장하지 않았다. “환자를 마주하면 현재 기술의 한계가 보입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답은 환자에게 있는 것이죠.”

췌장암이나 담도암으로 담즙이 흐르는 길이 막히면 황달과 담관염, 패혈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사용하는 장치가 스텐트다. 내시경으로 막힌 부위를 뚫은 다음 스텐트를 삽입해 협착을 막는 식이다. 그런데 환자마다 병변의 위치와 형태가 달라 기존 제품만으로 모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문 원장은 국내외 의료기기 기업들과 협력해 금속 스텐트 개발에 참여했다. 간문부(肝門部) 담도암 환자를 위한 스텐트부터 양성 협착, 췌장염 합병증 환자 치료에 쓰이는 스텐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이들 제품은 국내는 물론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고 있다.

“소화기 내시경 기법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젊은 시절 일본에 연수를 가서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당시만 해도 내시경 장비나 치료 기술 수준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있었거든요. 그때 한 가지 목표를 세웠어요. 언젠가 이곳에 초청받아 강연하는 의사가 돼야겠다고 말이죠.”

문 원장의 바람은 빠르게 현실로 이뤄졌다. 실제로 그는 일본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주요 국제학회와 심포지엄에 정기 초청돼 강연과 라이브 시술을 선보이고 있다. 의사의 역할을 진료실 밖으로 꾸준히 확장해 온 결과다.

병원장으로서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발점은 늘 같다. 문제를 더 빨리 발견하고, 더 정확하게 치료하며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올해 개원 25주년을 맞은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중증·응급 진료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 확보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문 원장은 병원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다시 환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병원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환자가 신뢰하는 병원을 만드는 일입니다.” 30여 년 전 척박한 진료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문 원장은 병원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이렇게 제시했다.



신영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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