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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30년, 지역 의료 뿌리서 수도권 서북부 거점 비상 [Health&]

중앙일보

2026.06.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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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억원 투입 ‘미래인 프로젝트’

중증 치료, 공공의료, 디지털 강화
환자 안전과 의료진 업무 효율 높여
“사람 향한 혁신으로 다음 30년 도약”

응급 헬기가 뜨면 서울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중증 환자가 생기면 인천에서도 서울 대형병원을 당연한 선택지로 여기던 때였다. 국제공항과 바이오 산업, 송도 국제도시를 품은 인천이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의료만큼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의 주요 관문 도시임에도 지역 안에서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붙들어줄 의료 기반시설은 척박했다.

1996년 인천 최초의 대학병원으로 문을 연 인하대병원은 이런 지역 의료 공백 위에 세워졌다. 올해 서른 돌을 맞은 인하대병원은 인천과 경기 서북부의 중증 환자를 책임지는 지역 의료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감염병 위기와 응급의료 공백, 중증 치료 수요 증가 속에서 지역 의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놓지 않았다.

인하대병원은 이제 다음 30년을 설계하고 있다. 중증 치료와 공공의료, 디지털 전환과 권역 확장을 통한 수도권 서북부 의료 허브로의 도약이다.

이택 인하대학교 의료원장 겸 인하대병원장은 “지난 30년은 인천과 경기 서북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땀으로 일궈낸 시간이었다”며 “앞으로의 30년은 그 뿌리 위에 희망의 꽃과 열매를 맺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하대병원의 현 위치는 지역거점병원을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글로벌 미디어 뉴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서 세계 122위, 국내 9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의료 질 평가에서는 6년 연속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환자 경험 평가 전국 1위의 기록도 남겼다. 지역에서도 수준 높은 의료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쌓아온 시간이었다.

뉴스위크 최고 병원 평가 세계 122위
개원 30주년을 기점으로 인하대병원은 혁신 프로젝트를 공표했다. 900억원 규모의 ‘미래인 프로젝트’(미래를 여는 공간: 인하 비전 30+)다. 3년에 걸쳐 ▶중환자 치료 역량 강화 ▶공간 효율화 및 확장 ▶교육·연구 강화 ▶환자 안전 및 편의 향상이라는 4대 영역을 혁신한다. 병원의 체질을 바꾸는 대형 사업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공간 재편이다. 인하대병원은 본관 서측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정석메디컬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병원 본관에 생긴 여유 공간은 격리 중환자실 13병상 증설로 이어졌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쟁력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난도·중증 환자를 치료하느냐에서 갈린다. 수술실 확충과 병동 리모델링도 진행된다. 기존 6인실 일부를 4인실로 전환해 환자 경험과 입원 환경 개선에 나선다.

첨단 의료장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단일공 로봇 수술기인 ‘다빈치 SP’ 추가 도입, 로봇 기관지 내시경 ‘아이온(Ion)’ 신규 도입 등으로 정밀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의료진 교육을 위한 시뮬레이션 센터와 기업·대학·연구기관·병원이 협력하는 개방형 실험실도 운영 중이다. 미래 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 신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택 의료원장은 “이러한 투자가 의료 연구와 교육의 시너지를 창출해 병원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에 대처하기 위해 인하대병원은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차세대 디지털 병원 전환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진료·연구·경영·환자 서비스·보안·데이터 활용 전반을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한다.

병원은 특히 환자 안전 강화와 의료진 업무 효율 향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 AI 활용 확대, 사이버 보안 고도화 등을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줄여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추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환자 대기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권역 내 중증 환자를 빠르게 연결하기 위한 원격 중환자실(e-ICU) 네트워크 강화도 추진 중이다. 이택 의료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사람을 향한 디지털 혁신”이라며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환자의 편안함과 교직원의 업무 효율이 있다”고 말했다.

소아 중증 환자 치료 시설 확대
병원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공성’이다. 대표 사례가 소아 중증 환자 가족을 위한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RMHC 하우스)’ 건립 추진이다. 장기간 치료받아야 하는 환아 가족이 병원 가까이에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무료 숙박시설이다. 낯선 지역에서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보호자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

인하대병원은 수도권 서북부에서 유일하게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역 모자 의료센터를 모두 운영하고 있다. 소아 응급부터 중환자 치료, 후속 진료까지 통합적인 진료체계를 갖춘 셈이다. 이택 의료원장은 “중증 소아 환자의 치료는 가족의 돌봄과 정서적 안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첨단 의료와 공공성, 지역사회 돌봄이 연결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의 시선은 수도권 서북부 전체로 향한다. 지난 3월 김포도시공사, 풍무역세권개발 등과 함께 인하대학교 김포메디컬캠퍼스 조성을 위한 부지 제공 협약을 체결했다. 풍무역세권 도시개발구역 내에 700병상 규모의 첨단 디지털 병원과 교육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김포를 비롯한 수도권 서북부 지역 역시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반면, 중증·고난도 의료 기반 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인하대병원 본원과 김포 제2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환자 이송과 전원 체계가 촘촘해진다. 의료진·교육·연구 자원을 공유하면 본원의 중증 치료 역량과 전문성을 수도권 서북부 전역으로 확대하는 기반이 된다.

이택 의료원장은 “더 많은 환자가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를 누릴 수 있도록 차분하지만 꼼꼼하게 확장을 진행해 나가겠다”며 “인하대병원의 다음 30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담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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