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엔비디아-SK 협력 관련 언론브리핑에서 미소 짓고 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내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를 요청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3각 밀당’ 행보를 이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5일부터 5일간 이어진 방한 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세 차례 만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양측은 삼겹살·소주 회동과 치맥 회동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까지 진행하며 AI 생태계 구축과 반도체 협력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황 CEO는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해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라고 평가하며 HBM 공급 확대를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HBM을 더 달라”고 말하며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HBM4E·HBM5 공급 등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도 적극 부각했다. 황 CEO는 방한 기간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근 미국에서 만찬을 가졌다고 소개한 데 이어,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과 별도 회동을 갖고 HBM4E와 HBM5, 파운드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 부회장은 회동 후 “가장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차세대 HBM과 반도체 위탁생산, 차세대 AI 칩 협력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칩을 생산하고 있다고 공식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회동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업계에서는 황 CE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와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메모리 공급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HBM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양사의 경쟁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 CEO가 양사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최대한 많은 HBM 공급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며 ”AI 시대 주도권을 둘러싼 엔비디아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